▲사진=인도네시아 발리섬 아궁화산의 분화로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이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발리공항에서 출발, 30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데일리매거진=이상은 기자] "안전하게 돌아온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화산 분화로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 고립됐던 우리 국민 273명 중 179명이 대한항공의 특별기를 타고 무사히 귀국했다.
30일 오후 9시 10분께 인천공항 입국장 전광판엔 공항 활주로에 대한항공 KE630D편 A330 특별기가 안착했다는 '랜딩(착륙)' 안내가 떴다.
이 비행기는 이날 오전 5시 51분 인천공항을 떠나 발리 덴파사르공항으로 향했다가 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3시) 다시 기수를 띄워 약 6시간여 만에 인천에 내렸다.
입국장 게이트를 통과한 김언경(44·여)씨는 "친구들과 여행을 갔다가 왔다"며 "국가에서 특별기도 보내주고 신경을 많이 써준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하다. 오면서 '한국인이라 좋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부인과 여행을 갔다 온 정우석(36)씨는 "관광객들이 공항에 발이 묶였지만, 대다수가 평온해 보였다"며 "언제 한국에 돌아올 수 있을지 몰라서 걱정됐지만, 사흘 더 지내는 데 불편한 것은 없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돌아올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평생에 한 번 겪기 힘든 사태 앞에 다소 지친 이들도 많았다.
부모님을 모시고 가족여행을 갔다 온 강은송(25·여)씨는 "예정보다 사흘이나 발리에 더 머물렀지만, 비행기가 언제 뜰지 몰라 계속 공항 근처 호텔에만 머물렀다"며 "남들은 관광 더 할 수 있겠다며 부러워했지만, 불안감에 호텔 밖을 떠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재범(28)·남다리(27·여)씨 부부는 "원래 오늘 오전 1시 도착하는 비행편이었는데 미뤄졌다"며 "언제 출발할 수 있을지 모르니 계속 기다리다가 현지시간 정오에야 오후 1시에 뜨는 비행기 탑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아기를 부모님께 맡겨놓고 온 터라 죄송하고 빨리 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직장 사정에 마음을 졸인 사람도 있었다. 7살, 5살짜리 두 딸을 데리고 여행차 다녀온 이은경(47·여)씨는 "귀국이 이틀 늦어졌는데, 학원을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라 타격이 더 크다"며 걸음을 재촉했다.
발리는 익히 알려졌듯 주로 신혼부부나 연인들이 밀월여행을 위해 찾는 곳이다. 뜻밖의 일정 연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승객도 눈에 띄었다.
▲사진=인도네시아 발리섬 아궁화산의 분화로 발이 묶였던 여행객들이 대한항공 특별기 편으로 발리공항에서 출발, 30일 밤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연인과 함께 귀국한 김모(27)씨는 익명을 요구하며 "주변에 여행 사실을 알리지 않고 다녀온 것이라 지금 귀국하는 것이 알려지면 큰일"이라며 황급히 공항을 떠났다.
인도네시아 발리 섬 아궁화산의 분화로 지난 27일 오전부터 현지 공항이 폐쇄됐다가 현재 주간에 한해 공항 이용이 재개된 상태다.
대한항공 특별기 외에 정부가 보낸 아시아나 전세기는 12월 1일 오전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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