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의 주요 쟁점과 증인·증거 조율작업을 30일 마무리했다.
이날 오후 2시 헌재 청사
소심판정에서는 탄핵심판 3차 준비기일이 진행됐다. 심리는 수명재판부(이정미·이진성·강일원 재판관) 주재로 열렸다. 청구인인 권성동 소추위원장과
그 대리인단, 피청구인 측에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이 참석한 가운데 약 35분 동안 진행됐다.
◆ '비선조직·권한남용' 집중…안봉근 등 4명 증인채택
헌재가 앞선 준비절차에서 추린 5가지 탄핵사유 중에는 '비선조직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국가주의 위배'와 '대통령으로서 권한남용'이 있다. 헌재는 이날 청와대 전·현직 인물들을 증인으로 채택함으로써 이 부분에 가장
먼저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재판부는 3차 준비기일에서 안봉근(50)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
윤전추(34) 행정관, 이영선 행정관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양측이 공통으로 신청한 대상이었고, 윤 행정관과 이
행정관은 소추위 측만 신청한 증인들이다.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에 속하는 이들로,
1990년대부터 약 20년간 박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안 전 비서관은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기소)씨가 청와대를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이 전 비서관은 청와대 기밀자료가 최씨에게 넘어가는 걸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윤 행정관과 이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권한남용과 관련된 의혹이 있다. 윤 행정관은 유명 연예인들의 헬스트레이너로, 최씨의 특혜를 받아 청와대에 채용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 행정관은 최씨와 함께 있던 ‘의상실 동영상’ 속 인물로, 최씨가 청와대를 드나들 때 운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는 이 4명을 가장 먼저 심판정에 부르기로 결정했다.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을 3차 변론기일이 열리는 1월 5일 오후 2시,
윤전추·이영선 행정관은 같은날 오후 3시에 신문하겠다고 밝혔다.
◆ 朴대통령 신문 기각…미르재단 등 7곳 사실조회
한편 이날 재판부는 소추위가 '박 대통령을 심판정에 불러 달라'며 요청한 '당사자신문'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탄핵심판은) 형사소송 절차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당사자신문은
민사소송의 절차로, 형사소송에는 없다. 향후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할 것임을 밝힘 셈이다. 다만 강 재판관은 "탄핵 심판은 100%
형사소송처럼 진행될 수 없다"면서 일정부분은 조절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반면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신청한 사실조회
신청은 일부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앞서 27일 진행된 2차 준비기일에서 박 대통령 측은 '연루된 곳에 직접 의혹을 묻겠다'면서
미르·K스포츠 재단 등 16개 기관 및 기업에 탄핵사유 관련 사실조회를 신청했다. 이에 소추위는 "답변을 들을 때까지 기다리게 하기 위한 시간
끌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전체 16곳 중 헌재가 받아들인 건 7곳뿐이다.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문화체육관광부
△미래창조과학부 △법무부 △관세청 △세계일보 등이다. 헌재는 채택되지 않은 건은 박 대통령 측에 '내용을 보완해달라'고 요청하고, 오는 1월3일
첫 변론기일에 추가 채택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강 재판관은 "(사실조회 신청 건 중) 의견이나 일반론을 묻는 부분, 또는
피청구인(박 대통령)측에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부분은 사실조회 신청의 내용을 보완해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빠르게, 정확하게 간다"…3차 변론까지 예고
3차를 끝으로 준비절차를 마친 헌재는 앞으로 시작되는
본격적인 변론절차도 '신속하게' 진행할 의지를 드러냈다. 3차 준비기일에선 앞선 두 차례 심판에서처럼 '신속'을 수차례 강조했으며, 이례적으로
향후 세 차례의 심판일정을 미리 공개하기도 했다.
헌재는 지난 22일부터 9일 동안 3~4일 간격으로 준비절차를 열어왔다.
준비절차는 쟁점이나 증거 등이 많은 경우 본격적인 심판에 앞서 정리하는 과정이다. 원래 탄핵심판에는 이 절차가 없지만 박 대통령의 경우
탄핵사유가 많아 이례적으로 진행됐다.
준비절차로 얻은 성과는 크다. 쟁점이 다섯가지(△비선조직에 따른 국민주권주의·법치국가주의
위배 △대통령으로서 권한 남용 △언론에 대한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뇌물수수 등 각종 형사법 위반)로 추려졌으며, 최순실씨 등
주요 증인 7명과 증거 52개가 채택됐다.
또 소추위 측이 주장한 박 대통령의 심판출석을 강제하지 않고, 박 대통령 측이 주장한
사실조회 대상도 16곳에서 7곳으로 한정해, 향후 시간낭비가 될 수 있는 논쟁을 일단락 시켰다.
탄핵심판의 본게임이 시작되는 첫
변론기일은 1월 3일로 정해졌다. 2차 변론기일은 이틀 후인 1월 5일, 3차 변론기일은 1월 10일로 확정됐다. 안봉근·이재만·윤전추·이영선
4명은 2차 기일에, 최순실·안종범·정호성 3명은 3차기일에 불러 신문한다.
마지막 준비기일에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재판이 진행돼 양측 모두 힘든 것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정공백을 메우기 위해 (탄핵심판이) 정확하되 신속히 돼야 한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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