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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국회 |
지난 4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더불어민주당 부승찬 의원은 대정부질의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총리 등과 회동해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으로 올라오면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했다”는 ‘메가톤급’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발언은 사법부의 정치개입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믿을 만한 제보”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조 대법원장은 즉각 “누구와도 그런 논의를 한 바 없다”며 전면 부인했고, 회동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들 역시 일제히 사실무근을 밝혔다. 그럼에도 여당 지도부는 특검 수사와 탄핵까지 거론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정치가 진실을 앞서면 국정은 혼돈에 빠진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의 자유로운 발언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그러나 확인되지 않은 주장, 정치적 의도를 띤 의혹까지 보호하는 ‘방패’가 될 때, 그 제도는 민주주의를 살리는 수단이 아니라 허무는 도구로 변질된다. 광우병 괴담, 천안함 폭침, 사드 전자파, 후쿠시마 오염수 논란까지, 야당 시절 민주당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대중적으로 확산시켜 정치적 이익을 거둔 전례가 많다. 그러나 집권 뒤에도 ‘가짜뉴스 DNA’는 고쳐지지 않았다. 그 폐해는 야당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국가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위험으로 커질 수 있다.
대한미국 헌정 70여년 만에 정치권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깨려는 시도로 비춰지는 국민적 저항 속에 우려하하고있다, 3권분립의 근간에 법원은 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대법원장을 상대로 의혹을 퍼뜨리고 “사실이라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여론재판을 유도한다면, 국민이 사법부 판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전국법원장회의가 ‘내란 전담 재판부’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맞춤형 재판” 우려를 제기했지만, 정작 정치권은 자신들의 주장이야말로 사법 독립을 해치는 ‘맞춤형 의혹’이 되고 있음을 직시하지 못한다.
민주화 이후 대법원장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사례는 1993년 한 번뿐이었다. 그때조차 사법부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기준점이 되었다. 조 대법원장이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는 향후 사법부 스스로가 판단하고 역사에 기록할 일이다. 그러나 정치권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증거 없는 폭로와 의혹으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지 않는 것이다.
국민은 더 이상 ‘아니면 말고’ 식 정치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인터넷과 SNS가 발달한 지금, 사실 검증은 과거보다 빠르고 치밀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치권이 구태를 반복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여기는 태도와 다르지 않다.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 발언, 사과 없는 의혹 제기, 그 끝에 있는 것은 결국 정치 불신과 제도 붕괴다.
국회는 즉시 면책특권의 남용을 멈추고, 국민 앞에 책임지는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라면 제기 전에 먼저 사실관계를 검증하라. 잘못된 주장이었다면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져라. 그것이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부여한 권한의 최소한의 도리다.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국회는 존재 이유를 잃는다.
자유민주주의는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입법·사법·행정 3권이 서로의 독립을 지켜줄 때만이 국가 시스템은 건강하게 작동한다. 이제 더이상 국민앞에 추한모습을 보이지 말고 정치권이 국민 앞에 생계형 국회의원 말고 자유대한민국을 위한, 민주주의 말고 오직 '자유민주주의'의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답할 시간이다.
당신들의 면책특권은 국민의 면책이 아니다. 그 방패 뒤에 숨을수록 국민의 꾸짖음은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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