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가폭락 '제3의 외환위기' 막아야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8-10 22:02:51
  • -
  • +
  • 인쇄
6일째 환율 인상, IMF 위기 다시 오나?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연일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6일째 올랐다. 9일 서울증시에선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이 바람에 국제외환시장에선 달러가 하락하고 있는데도, 서울에선 반대로 달러 값이 오르고 원화는 하락하고 있다.

요 며칠의 움직임만으로 속단(速斷)하기엔 이르지만 언제든 달러자금을 빼내 가려는 조짐일 수도 있다. 2008년 리먼 도산 이후 겪었던 금융위기,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를 떠올리며 제3의 외환위기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마저 나오는 형편이다.

1997년에는 5개월 사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서울시장에서 214억달러를 단번에 빼내갔고, 2008년 가을에는 4개월 동안 695억달러를 찾아 떠났다. 그때마다 한국은 환율이 폭등하고 달러고갈(枯渴)사태에 빠지는 외환파동을 겪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통상 결산을 앞두고 해마다 8월 이후 3~4개월에 걸쳐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투자 대상을 조정하곤 한다. 이번에도 미국 신용등급 하락을 계기로 투자처를 재조정하는 작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정부나 시장 관계자들은 앞으로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외국인들의 동향을 예민하게 점검해야 한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회색지대(Gray zone)'로 통하는 나라다. 미국·영국·일본처럼 외환거래가 완전 자유화된 나라도 아니고, 중국·말레이시아·인도처럼 외화(外貨) 유출입 통제가 철저하지도 않다. 외환거래 규모가 작은 데 비해 시장을 너무 개방해놓은 바람에 호황 때는 달러가 넘쳐흐를 정도로 들어왔다가 조금만 위기조짐이 보이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되곤 한다.

무엇보다 총 외채 3819억달러(2011년 3월 말) 중 단기(短期)외채가 1467억달러로 38%가 넘어 이 중 절반만 상환 독촉에 시달려도 곧장 외환위기가 닥칠 수 있다. 무역의존도가 97%에 달하는 나라에서 무역금융 용도로 사용할 단기외채 도입은 불가피하지만, 단기외채 상환 능력에 회의적인 국제 여론이 강한 현실을 감안해 그 비중을 더 줄여나가야 한다.

한국은 1997년에는 IMF·세계은행(IBRD)·아시아개발은행(ADB)에서 모두 302억달러, 2008년에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163억5000만달러를 긴급 구제금융으로 받은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최후의 피난처로 FRB·일본은행 등과 '통화스와프(swap)협정'을 다시 체결, 외화자금을 긴급 수혈(輸血)받을 비상수단도 강구해 놓을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핫이슈 기사

칼럼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