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전성진 기자] 지난 1일 한국-유럽연합(EU) FTA가 발표되면서 유럽 완성차 업체들의 차값이 인하됐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가격인하 시기를 뒤로 미뤘다.
유럽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먼저 가격 인하에 나선 곳은 볼보다. 볼보는 기존 수입 차량에 적용되던 8%의 관세가 5.6%로 인하되자 즉각 가격에 반영했다. 이어 푸조,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도 관세율 인하분을 반영해 1.4% 안팎 인하했다.
인기 차종인 BMW 528i는 100만원(1.45%) 내려 6790만원에, 벤츠 E300 엘레강스는 100만원(1.44%) 내린 6870만원에, 아우디 A4 2.0 TFSI 콰트로 역시 70만원(1.41% ) 내린 4920만원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7월 1일 선적되는 차량부터 가격을 내린다고 밝혔다. 운송기간을 감안할 때 9월에나 인하된 가격으로 차를 살 수 있다.
상반기 폭스바겐은 국내에서 6592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12.76%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760대 판매량 보다 1.41% 성장한 것으로 4위를 차지한 아우디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수입차 판매량 상위 5개 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관세 인하를 뒤로 미루고 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업계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의 관계자는 "마진이 적어 손해를 보면서까지 가격을 내릴 순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폭스바겐의 딜러사인 클라쎄오토의 지난해 판매 마진율은 10.5%로 BMW 딜러사인 한독모터스의 12.7%보다 낮았다.
하지만 클라쎄오토의 정비 마진율은 16.9%인 반면에 한독모터스는 12.6%였다. 폭스바겐은 차 판매 마진율이 낮았지만 정비에서 많은 이익을 내고 있었다. 마진율이 적다는 이유로 가격인하 시기를 늦춘다는 폭스바겐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폭스바겐의 차량이 인기가 많아 관세 인하분이 차값에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보여진다. 폭스바겐의 골프와 신형 제타는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높은 연비와 부드러운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있어 인기가 높다. 현제 대기 물량만 제타가 800대, 골프가 300대에 이르고 있다. 수요가 밀려있는 상황에서 관세가 인하됐다고 곧바로 가격을 내릴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가격 인하폭이 작아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할 것을 우려해 인하 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폭스바겐의 관세 인하로 할인되는 금액은 6000만원대 차는 최대 100만원, 골프와 같은 중소형급 차는 30만~40만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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