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12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대사관 앞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주 개최했던 수요집회가 1000회를 맞이하는 날이다. 1982년 1월 8일 첫 집회가 시작된지 꼭 7281일째다. 20년. 그 오랜 세월동안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처는 아물기는 커녕 더욱 큰 아픔에 시달렸다. 이제 끝낼 때도 됐다.
문제의 해결은 한·일 양국 정부가 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쪽은 오랫동안 이 불편한 진실을 외면해 왔다. 우리 정부는 1990년대 이후 지원법도 만들고 국제무대에 해결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충분히 적극적이었다고 볼 수 없다. 특히 현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이후 이렇다할 성과는 전무했다.
지난 8월30일. 헌법재판소는 한국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마땅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며 이는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에 문제 해결을 위한 구상서를 보내는 등 실질적인 행동에 나섰다.
문제는 일본 정부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1965년 체결한 '청구권 협정'을 통해 이미 배상이 끝났다는 입장이다. 일본은 이 협정을 통해 한국 정부 및 국민에 대한 자신들의 청구권을 일본 정부가 소멸시켰으므로 일본 정부가 대신 보상하라는 요구는 억지라는 것이다. 1965년 이후 줄곧 일본은 이 논리로 맞서고 있다.
다시 말해 일본은 '청구권협정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들의 청구권은 존재하지만, 청구권협정에 의해 할머니들의 청구권은 모두 끝난 일이다'라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은 한·일 회담 과정에서 이 문제를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일본의 논리는 자의적 역사해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청구권협정'은 애당초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지배에 따른 문제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일 회담은 식민지 지배 책임을 일체 문제 삼지 않았던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전제로 진행됐다. 그래서 1965년 우리 정부는 '청구권협정'이 "일제 36년간 식민지적 통치의 대가"와는 상관없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후 식민지 지배가 책임질 일이라고 일본 정부가 공식인정한 것은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다.
결론적으로 일본 정부의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몰염치, 역사에 대한 자의적 왜곡, 꿀먹은 벙어리가 된 우리정부의 소극적 자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마지막 수요시위'를 보고 눈 감기를 소망한다'며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으로 향한다.
일본 관료들은 '아시아 여성기금' 방식으로 이른바 '인도적' 조치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는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다. 이미 위안부 할머니들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한 바 있다. 일본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적당한 '꼼수'로 이문제를 덮으려 해서는 안된다. 우리 정부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역사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일본은 자신들의 역사적 과오 앞에 고통받고 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우리 정부 역시 자국민의 아픔을 보듬지 못하는 무능한 정부로 남게 될 것이다.
세월의 흐름 앞에 생존자 234명의 할머니로 시작했던 수요집회는 어느덧 63명의 할머니만 남았다. 올 들어서만 16명의 할머니가 타개했다. 세상을 뜬 할머니의 영혼을 상징하는 노란 나비가 이번 100회째 수요집회에서 171개로 늘었다. 노란 나비의 의미, 이제 우리의 가슴 속에 아로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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