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종편시대 개막, 민주주의 독배들다!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12-01 13: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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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공정성과 건강한 시장질서를 유린하는 종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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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12월1일. 종합편성채널(종편) 시대가 막을 열었다.

조선·중앙·동아·매일경제의 종편 4사는 12월1일 일제히 합동 축하쇼를 열고 개국한다. 온갖 특혜 시비 끝에 개국하는 종편 4사는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 속에 과연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종편 4사의 개국은 단순한 채널 수 증가를 떠나 족벌경영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이 보수 정치세력의 나발수다. 기득권이 공고화에 나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그간의 행태를 감안한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이들 종편들이 보수정권 재창출에 선봉에 설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2009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신문법상 신문·방송 겸영 금지 규정을 빼는 내용을 골자로하는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했다. 이어 지난해 말 종편 4개사를 허가했다. 그리고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들 4개사에 갖가지 특혜를 제공했다.

종편 콘텐츠의 의무 재전송을 비롯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에 대한 황금채널 배정, 광고 직거래 허용, 중간광고 허용, 제작·편성 비율 완화 등이 그것이다. 최 위원장의 이같은 특혜는 케이블 방송이면서 지상파 방송의 혜택을 누리는 지구상에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괴물방송'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더욱이 보도와 광고를 분리하기 위한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법 없이 종편이 출범하게 됨으로써 광고시장에 큰 혼란을 낳고 있다. 종편들이 직접 광고영업에 뛰어들면서 지상파들까지 흔들리고 있다.

이들 종편은 국회의 미디어렙 입법 논의를 무시하고 '조폭적 영업'을 자행하고 있다. 아직 시청률이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많게는 지상파 광고의 70%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 방송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의 분리라는 미디어로서의 최소한의 공공성마저 내팽긴 채 광고주의 입맛에 맞는 기획프로그램을 약속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종편시대. 우리는 민주주의 부도를 선언해야 할지도 모른다. 종편 4사 중 조선·중앙·동아는 이미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종편까지 가세한다면 이들 조·중·동 3사는 광고시장이라는 생태계의 최정점에 서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로써 지역방송과 종교방소, 중소 신문사들의 생존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또한 종편의 광고 직접영업은 대기업의 대(對) 언론 장악력을 키울 위험성이 크다. 그 결과 시청자의 선택권과 언론의 다변화를 추구하던 종편의 당초 목표와 달리 방송은 기득권의 이해에 충실한 의제로 도배되는 반면, 우리 사회 99%인 노동자, 농민, 서민 등의 목소리를 전달할 통로는 위축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한마디로 언론의 다양성은 붕괴되고 보수여론의 독과점 시대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아울러 방송사들 사이의 과도한 시청률 경쟁으로 자극적이로 선정적인 프로그램이 넘쳐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소수 미디어 재벌에 장악된 미국의 방송시장은 지나친 시청률 경쟁으로 선정적이며 자극적인 저질방송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 기능의 악화로 이어진다. 언론의 감시기능 악화는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하는 암세포와 같다.

피로 이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 종편을 통해 방송은 여론의 다양성을 잃고 일방통행식 여론 몰이에 날개를 달았다. 더욱이 종편이 누리는 온갖 특혜와 조폭과 같은 광고영업은 민주주의의 가치인 공정성과 건전한 시장질서를 유린하는 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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