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대검찰청과 112 등 경찰서 번호가 버젓이 보이스피싱에 도용돼 피해자들이 속출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할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국내 사설통신업체의 발신번호 변경 서비스를 이용해 이 같이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발신번호 변경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통신업체를 중국 사기 조직 콜센터에 연결해준 이모(37)씨에 대해 사기방조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이씨에게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 국내 통신업자 유모(47)씨 등 6명 역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중국 옌지에서 인터넷 전화회선 제공업체를 운영하는 이씨는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중국인과 재중동포가 주로 이용하는 한 인커넷 사이트에 '원하는 번호로 발신 가능, 번호 수시로 변경 가능' 등의 광고를 내 중국 사기조직 콜센터를 모집했다.
이씨는 중국의 보이스피싱 조직이 이 광고를 보고 인터넷 전화를 신청하면 보이스피싱 콜센터에 전화를 설치하고 유씨 등이 운영하는 사설 통신업체의 발신번호 변경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들은 이를 활용해, 국내 법무부장관실, 검찰청, 경찰청, 금감원 등의 번호로 국내에 전화를 걸어 지난 8월 한 달 동안 145명에게 20여억원을 가로챘다.
경찰 관계자는 "비교적 작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업 특성상 소규모 무등록 별정통신업체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과열되자 손쉽게 수익을 내려고 범죄조직과 연계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경찰은 "해외 인커넷 전화도 유선전화처럼 '국제전화입니다'와 같은 안내메시지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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