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 사퇴 발표 내내 담담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07-04 19:5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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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 통해서는 정치권 등 싸잡아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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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의 입장 발표를 앞둔 4일 오후 대검찰청 8층 소회의실. 침묵이 흘렀다.

회의 시작을 앞두고 대검 간부들이 굳은 표정으로 속속 회의실로 입장했다. 연구관 이상 50여명이 모였지만 조용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 자료만 뒤적이는 이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무거웠다.

반면 김 총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회의 시작 시간에 맞춰 박용석 차장, 구본선 정책기획과장과 함께 회의실에 입장한 김 총장은 카메라 플래시를 맞으며 자리에 앉았고 "많이들 오셨네"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월요일마다 간부회의 하는데 오늘이 마지막 회의가 될 것 같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다르다"며 이내 발표문을 읽어 내려갔다.

A4용지 3장 분량, 읽기 좋게 편집된 상태로는 6장이 조금 못 미치는 발표문을 모두 읽는데 걸린 시간은 10여분 남짓이었다.

기자들에게 배포된 발표문 내용 그대로 였다. 미리 작성해 이날도 수차례 손 본 발표문에,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담은 듯 즉흥적으로 덧붙이거나 뺀 내용도 없었다.

발표문을 읽는 동안 울컥하거나 흥분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담담하고 차분한 어조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손질'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행태를 질타했다.

"진정 사법경찰의 수사권을 원한다면 국민들에 대한 보호장치부터 만들라"는, 경찰을 향한 '쓴소리'로 잊지 않았다.

국무총리 중재 하에 장관들과 총장, 경찰청장이 합의한 약속을 깼으면서도 아무도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며 자신이라도 책임지겠다는 말로, 속으로는 울분을 삼켰다.

사실상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만들어 내기까지 참여했던 조직 수장들의 '공동 책임론'을 제기한 것.

대신 "모든 책임은 검찰총장 한사람으로 충분하다"면서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후배들에게 '복귀'할 명분을 줬다.

이어 "진행되는 모든 수사는 계속되야 한다"며 "끝까지 수사하고 끝장을 봐 달라",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총장이 발표문을 모두 읽은 뒤에도 회의실은 여전히 숙연했고, 침묵이 흘렀다. 김 총장의 마지막 주례회의는 그렇게 시작됐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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