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대착오적 공산정권, 네팔 청년의 분노가 던지는 경고

이정우 기자 / 기사승인 : 2025-09-14 21: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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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분노가 부패와 불의에 맞서 폭발한 것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내부 권력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

△사진=14일(현지시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한 불탄 슈퍼마켓에서 사람들이 잔해를 정리하고 있다. [제공/연합뉴스]
 네팔의 거리는 지난 열흘 동안 불길과 피로 얼룩졌다. 반정부 시위로 72명이 목숨을 잃고 2천 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주요 정부청사와 대통령 집무실, 총리 관저까지 불타올랐다. 탈옥한 수감자만 1만2천여 명, 그리고 불타는 슈퍼마켓의 잿더미 속에서 발견되는 시신들. 그 참혹한 풍경은 단순한 ‘정치 불안’이 아니라, 한 시대의 잘못된 체제가 스스로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분명하다. 청년세대가 중심이 된 국민의 분노가 부패와 불의에 맞서 폭발한 것이다. 네팔 공산정권이 지난 수십 년간 내세운 명분은 ‘평등’과 ‘인민의 이름’이었으나, 실제로 국민에게 돌아간 것은 무능, 부패, 그리고 불평등이었다. 특히 Z세대라 불리는 젊은 층은 유튜브와 디스코드를 통해 스스로 조직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의 요구는 복잡하지 않다. 부패를 종식하고, 공정한 통치와 경제적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가장 기본적인 국민의 권리다.

 

네팔의 역사는 오랜 불안정의 연속이었다. 군주제의 붕괴와 내전, 공산당 정권의 등장, 그리고 반복되는 권력 투쟁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늘날 네팔 청년들이 분노한 것은 단순한 경제 불황 때문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들의 미래가 권력자들의 부패와 무능 속에서 계속 도둑맞고 있기 때문이다.

 

시위대의 구호는 ‘새로운 네팔’이다. 공산 정권의 시대착오적 정책은 더 이상 21세기 청년들을 설득할 수 없다. 가짜뉴스를 막겠다며 소셜미디어 26곳을 차단한 조치가 불씨가 되었듯, 권위주의적 발상은 오히려 국민을 거리로 내몰았다. 디지털 세대에게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권은 결코 정당성을 유지할 수 없다. 총리 관저와 대법원까지 불타는 현실은 권력의 근본적 붕괴를 상징한다.

 

이 와중에 여성 최초의 대법원장을 지낸 수실라 카르키가 임시 총리로 취임했다. 그는 단호하게 “6개월 이상 머물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권력의 유혹보다 책임의 무게를 앞세웠다. “Z세대의 사고방식에 맞춰 부패 척결과 경제적 평등을 이루겠다”는 약속은 국민에게 작은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그러나 이 약속이 실제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임시 리더십’이 아니라, 네팔 사회 전반의 체질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국제사회는 우려 속에서도 이 사태를 주목하고 있다. 인도의 모디 총리는 네팔의 ‘평화와 번영’을 지지했고, 중국 또한 관계 발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네팔 내부의 근본적 개혁 의지다.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외부의 시혜가 아니라, 내부 권력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용기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폭력적 충돌’의 비극을 넘어, 그 근본 원인이 부패와 불의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라는 사실이다. 공산주의의 낡은 틀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국민들은 더 이상 허울뿐인 이념에 속지 않는다. 자유와 공정, 투명성과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국경을 넘어 보편적 가치로 자리잡았다.

 

네팔 청년들의 외침은 우리에게도 경고를 던진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고, 부패가 일상을 잠식할 때, 젊은 세대는 결국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시대착오적 권력은 언제나 역사의 심판대 앞에서 무너졌다. 네팔의 피 묻은 거리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 냉혹한 진실이다.

 

카르키 총리는 “길거리에서 내 이름이 불려 나왔다”고 말했다. 그 말은 권력의 본질을 다시금 일깨운다. 권력은 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요구될 때 진정한 정당성을 갖는다. 네팔의 임시정부가 국민의 요구에 진정으로 부응할 때, 비로소 이 나라의 비극은 새로운 희망으로 전환될 것이다.

 

네팔의 젊은이들이 외친 ‘부패 종식’의 구호는 단지 히말라야 산맥 너머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사는 모든 나라, 모든 세대가 귀 기울여야 할 경고의 울림이다. 시대착오적 권력은 21세기를 책임질 수 없다. 국민의 목소리만이 역사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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