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의 정동영 향한 ‘철새’ 비판은 정당하나?

우태섭 / 기사승인 : 2015-04-02 17:3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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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위기 때마다 연고 없는 곳으로 나섰더니…‘전북에서만 버텼으면 5선’

[데일리매거진=우태섭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서울 관악을 4.29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동영 국민모임 인재영입위원장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서울 관악을 지역은 야성이 강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런 곳에서 높은 인지도를 지닌 정동영 위원장이 출마했을 경우 야권 지지자는 분열될 수밖에 없고 이는 분명 새정치연합에는 큰 타격이다. 게다가 정동영이 누구인가. 2007년 대선에서 자신들의 대선후보였다. 새정치연합 입장에선 정 위원장이 얄미울 수밖에 없기에 이 같은 성토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정 위원장을 향해 ‘철새’라고 비판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정 위원장을 비판하는 대목에서 나오는 ‘철새’ 질타는 액면 그대로 이해하기 힘들어 보인다.

정치권에서 ‘철새’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을 자주 바꾸는 이를 일컫는 것으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담겨있다. 과거에는 이 같은 철새 정치인이 흔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많이 줄어들었다.

새정치연합 양승조 사무총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정 위원장을 향해 “철새 정치인”이라고 했다. 그는 “전주 덕진에서 동작을로, 다시 덕진으로, 또 강남으로, 마친내 관악을까지 갈지자 행보의 연속”이라면서 “말과 행동, 그 어느 것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쏘아붙였다. 양 총장의 이 같은 ‘철새’ 비판은 당내 다른 의원들의 발언에서도 꽤 나온다.

양 사무총장 등의 말을 정치권의 ‘철새’ 기준에 비춰보면 정 위원장은 철새로 볼 수도 있다.(물론, 정 위원장 본인은 ‘분명한 노선을 갖고 날아다니는 새인 만큼 철새 딱지를 거둬달라’고 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의 정동영 향한 ‘철새’ 비판은 정당하지 않을뿐더러 정 위원장 입장에선 분하고 억울할 것으로 보인다.

정 위원장이 걸어온 정치인생을 되짚어보자. 정 위원장은 15대 총선에서 전주 덕진에 출마했고 초선의원이 됐다. 16대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17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출마했으나 ‘노인 폄훼’ 발언 논란으로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해야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 등을 역임한 정 위원장은 17대 대선에 출마,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다.

정 위원장 기준으로 볼 때 이후의 행보가 조금 꼬였다. 정 위원장은 대선 직후 치러진 18대 총선에 출마한다. 그런데 그간 자신의 지역구였던 전주를 벗어나 서울로 옮긴다. 이는 정 위원장 본인의 뜻이 아닌 당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당시 대선에서 패한 통합민주당은 무척 어려운 시기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손학규 대표는 정 위원장에게 서울 동작을 출마를 요청했고 정 위원장은 받아들였다. 정 위원장은 정몽준 후보에 패했다.

야인이 된 정동영 위원장. 정치적인 재기를 위해 전주 덕진 재보선에 나서려고 했지만 당은 정 위원장에게 공천을 주지 않았다. 결국, 정 위원장은 탈당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당내에선 정 위원장을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았다. 어찌됐건 당으로 돌아온 정 위원장. 당은 정 위원장에게 19대 총선에서 희생을 요구했다. 여당의 전통적인 텃밭인 서울 강남에 출마를 하라고 한 것이다.

이랬던 정 위원장은 19대 총선에서 패했고 이후 당내 입지는 좁아졌다. 게다가 당의 노선마저 자신과 맞지 않다고 했다.

정 위원장이 서울 관악을 출마를 살펴보면 표면적으로 드러난 모습 역시 본인의 의지보다 국민모임의 거센 요청에 의한 출마로 볼 수 있다. 당초 정 위원장은 서울 관악을 출마에 부정적이었다. 계속 거부했지만 국민모임 측의 끈질긴 출마 요청을 고심 끝에 받아들였다.

오죽하면 야권을 향해 냉소와 독설을 쏟아내는 변희재 전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대표가 정 위원장을 옹호했을까 싶다. 변 전 대표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에 “정동영 후보 대북관은 통합진보당(통진당)보다 더 종북스럽다”고 밝힌 바 있는 등 정 위원장에게 호의적이지도 않다.

서울 관악을 보궐선거에 나서는 변희재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동영에게 지역구를 4번 바꿨다고 비난하는 건 비열한 공세”라는 글을 적었다.

변 후보는 “정 전 의원이 그냥 전북에서 버텼으면 벌써 5선이다. 서울 동작과 강남 출마는 자기들이 당을 위해 사지로 내보낸 것이다. 이제와서 정동영을 비난하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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