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스럽게 자신의 신념을 밀어붙이는 지킬과 그런 신념을 저지했던 위선자들을 처단하는 하이드를 통해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떻게 보면 다소 섬뜩할 수도 있는 스릴러같은 면을 가지고 있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그를 사랑하는 엠마와 루시를 등장시켜 로맨스를 곁들이기도 한다. 지난 1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만난 '지킬/하이드' 역(役)의 '윤영석'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무대 위에서 강렬한 카리스마를 분출하며 뮤지컬배우의 정점을 보여줬다. 특히 지킬일 때 단정했던 모습과 감미로웠던 목소리가 하이드로 변하자 선굵은 중저음 허스키 보이스로 한 마리 야수처럼 변한 모습은 '이 사람이 같은 사람이 맞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또 신념이 확고한, 어찌 보면 독불장군에 고집불통으로 보일 수도 있는 지킬이 정신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모두가 반대하는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에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때 불러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의 명곡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윤영석의 풍부한 성량과 뛰어난 가창력으로 결심에 찬 지킬을 성공적으로 그려냈다. 후반부 지킬과 하이드가 서로 싸우는 듯한 장면에서도 윤영석의 가공할 만한 원맨쇼가 펼쳐진다. 아울러 하이드가 등장할 때 천둥소리나 불꽃, 실제 불을 사용하는 장면 등 무대장치이나 조연들의 뛰어난 가창력은 여타 다른 뮤지컬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만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한 명이 지킬과 하이드를 순간적으로 오고 가다보니, 변하는 과정 중 머리를 묶고 푸는 과정이 관객들에게 너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점은 관객의 몰입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특히 하이드에서 지킬로 돌아온 모습을 어터슨 변호사에게 들키는 장면에서 지킬이 헝크러진 머리를 묶으면서 어터슨에게 설명을 하는 모습은 다소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또 다른 여주인공, 지킬을 짝사랑하는 클럽 무용수 '루시' 역(役)에는 지난 2011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가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울 당시,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졌던 '선민'이 다시 한번 입을 맞췄다. 선민은 화려한 댄스와 허스키하면서도 흡입력있는 보이스로 루시의 특성을 잘 살려냈다는 평이다. 한편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서울 공연은 지난 8일부터 2월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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