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강남경찰서와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삼성전자 경리부서 대리급 직원 박모(30)씨가 회삿돈 100억원 가량을 몰래 빼돌려 도박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 배임)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이번 거액의 횡령사건은 삼성 측의 외부에서도 충격적인 사건이며, 세계 초일류 기업을 자부하는 삼성 내부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직원들 대부분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대리급이 100억원대를 횡령하는 동안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은 삼성 측의 회계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비롯해 내부직원 관리가 되지않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박 씨의 범행 수법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위간부도 아닌 대리급이 100억원을 빼돌려 도박에 탕진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 측 역시 이번 횡령 사건을 내부 통제 위기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불거진 삼성테크윈 내부 비리 사건으로 90여명이 대량해고되는 일이 벌어진 이후에도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서 비위가 터지는 등 매년 직원 비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은 지난달에도 K-9 자주포 납품비리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기도 했다. 삼성테크윈은 K-9 자주포의 핵심부품인 파워팩(엔진+변속기) 중고품을 군에 납품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건희 회장이 지난해부터 내부 비리에 대해 임원 인사고과에 윤리지수를 도입하는 등 강도 높은 대처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곧 앞두고 있는 조직개편과 인사에 어떤 여파가 미칠지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횡령 규모 등에 비춰볼 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일부 임원들은 이번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편 박 씨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입출금 업무를 담당하면서 은행 전표 등 회사 관련 서류를 위조하는 수법으로 빼돌린 자금을 인터넷 도박과 마카오 등지의 해외 원정 도박에 빠져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의 계좌에는 횡령한 100억원 가운데 일부인 수억원 정도가 남아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자체 감사에서 삼성이 뒤늦게 발견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것으로, 경찰이 지난달 박 씨 자택 압수수색과 계좌추척 등을 벌여 구체적인 횡령 혐의를 확인했다. 검찰 역시 경찰에서 넘겨 받은 수사자료 검토와 함께 박 씨를 상대로 횡령 수법과 규모, 내부 공모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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