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하림'

정규남 / 기사승인 : 2012-09-19 17: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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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계열사로 몰래 수입 닭 판매…하림 "위장계열사 아니다" 이미지 1.jpg
▲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데일리매거진=정규남 기자] 국내 닭고기 가공 시장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하림'(회장 김홍국)과 최근 위장 계열사를 통해 대량으로 닭을 수입해 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내 양계농가의 뒷통수를 쳤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또 '100% 국내산 하림닭만 사용합니다'를 외치던 하림이었기에 소비자들도 적지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대량의 수입 닭 소식에 국내산이라고 판매하고 있는 닭도 수입 닭이 아닐까하는 의심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8월 하림이 미국의 닭 가공업체를 인수했을 때 대한양계협회와 정부는 우려를 나타냈으나, 9월 국감에서 김홍국 회장은 "미국의 닭고기를 우리나라로 역수입해서 국내 닭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에 피해가 가고, 그렇게 되면 하림도 가장 큰 피해를 본다"며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하림은 앞에서는 "농가와 회사는 한 가족"라고 입버릇 외치더니 뒤로는 HK상사라는 위장계열사를 차려 지난해만도 2만3000여톤의 닭고기를 수입했으며, 업계에 따르면 HK상사를 앞세워 국내 닭고기 수입량의 3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수입닭을 유통시켰다. HK상사는 지난 2010년 9월9일 설립된 이후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수입한 닭고기를 유통업체에 연결하는 유통 대행업을 하고 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HK상사의 지분 50%는 김홍국 하림 회장이 보유하고 있고, 이 회사의 대표는 하림의 재정담당 임원인 오모 상무라는 것이다. 공정거래법상 한 회사가 다른 회사에 대해 인사 교류나 임원 겸직 등을 통해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할 경우 명백한 위장계열사라 볼 수 있다. HK상사의 매출에 대한 이익이 고스란히 김 회장의 주머니로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국내 양계농가 배신한 '하림'
"농가와 회사는 한 가족"이라더니..

이에 13일 대한양계협회는 하림의 닭 수입을 지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금년 수입닭고기로 만든 닭강정이 판을 치고 생산과잉으로 인한 불황이 예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림은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 수입 강도를 더욱 높이며 육계산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하림은 계열화 사업이란 명분하에 노비문서를 만들어 지금까지 육계농가를 괴롭혀 왔다"며 "농가와 회사는 한 가족이라며 입버릇처럼 외치면서도 정작 농가의 생계와 직결되는 사육비 현실화조정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자사 몸집불리기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비도덕적인 기업임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극에 달한 배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림 관계자는 “HK상사는 절대로 위장 계열사가 아니다”면서 “정식 계열사로 등록됐고,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 회사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닭고기를 몰래 수입해 유통하고 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며 “직접 유통을 하는 게 아니라, 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수입 닭을 정식 구매 대행하고 있는 것이고 (주)하림과는 소유지분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며 업무와 경영도 독립적이다" 고 덧붙였다.

이어 "거래처 일부에서는 수입산 닭고기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국내 양계 업계가 불황이면 우리도 피해가 많다”면서 “일정 물량의 닭고기 수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문 수입상에 전적으로 수입시장을 맡겨놓는 것보다 하림과 같은 계열화업체가 참여하는 것이 수급을 조절하고 국내산 닭고기의 판매를 확대하고 닭고기 시장을 안정시키는 영향력을 확보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일부러 국내 양계업계를 힘들게 하려고 했다는 지적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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