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야 놀자] '빚 권하는' 대한민국 사회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11-30 11: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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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이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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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내 돈 쓰세요!"

오전 9시. 출근해 컴퓨터를 켠다. 윈도우 작동을 알리는 경쾌한 알림음보다 휴대전화의 문자 알림음이 먼저 울린다.

"고객님은 무방문 무서류 무담보 당일 1000만원 대출 가능합니다"(△△캐피탈), "당일 즉시 입금. 은행금리. 전화 한 통이면 1000만원까지 입금해 드립니다"(○○금융), "고객님의 신용등급이 상향돼 현금서비스 한도가 높아졌습니다"(**카드).

하나같이 국내 굵지의 은행과 기업의 상호를 차용한 캐피탈과 금융회사의 대부알선 문자들이다. 참고로 현대캐피탈과 롯데캐피탈을 제외하고 국내 대기업 중 대부업을 하는 곳은 없다. 시중 은행 역시 이름만 가져다 쓴 경우가 허다하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내가 아는 지인은 다섯살 된 딸이 TV에 나오는 대부업체의 CM송을 딸라하는 걸 볼때마다 가슴이 철렁 거린다고 말한다. "xxxx-빨리십분 대출을 할 때 ○○○", "△△! △△! △△머니~" 등 지인의 딸이 흥겹게 따라부른다는 대부업체 광고다.

가히 '빚 권하는 대한민국'이다. 흔히 '러시앤캐시'로 알려진 대부업계 1위 에이앤피파이낸셜은 지난해 146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어 '산와머니'로 알려진 산와대부 또한 지난해 당기순이익만 1420억원에 이르렀다. 이는 전북은행(612억원)의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두 대부업체의 대부잔액은 2조원 수준으로 전북은행 자산(10조원)의 20% 수준이다.

캐피탈 역시 시쳇말로 '잘 나간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3540억원에 이른다. 지방은행은 물론 SC제일은행(2492억원), 한국씨티은행(2896억원)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낸 것이다.

대부업을 주 업무로하는 제2·3 금융권들이 이처럼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고금리' 때문이다. 개인 신용등급이 1~5등급 이내이면 은행 금리로 연 10% 아래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대부업체나 캐피탈을 이용할 경우 금리는 연 20%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부업체와 캐피탈은 '빠른 대출'과 '짧은 만기'를 무기로 내세워 돈을 갖다 쓰라고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이들의 연막작전에 속지 마시라. 예를 들어 연 30%의 금리라 해도 한 달만 쓴다면 단순금리는 2.5%에 그쳐 고금리를 체감하지 못한다. 200만원을 한 달간 연 30%에 쓸 경우 월 5만원 정도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대부업체와 캐피탈을 이용하는 주된 고객층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서민 계층이라는 점이다. 이들에게 은행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연 20~30%대의 고금리인 대부업체와 캐피탈의 문을 두드린다. 특히 대학생들과 사회초년생들은 향후 경제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의 중산층을 형성해야할 재원들이지만 이들은 개같이 벌어서 빚만 갚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허덕이고 있다. 실제로 연 10%대의 은행권 대출금리를 내는 중간층의 수는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사실상 중간층 붕괴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사회가 건전해지려면 중간층이 두터워야 한다. 중간층이 두터워야 금융 건전성이 강화되고 나라가 건강해진다. 은행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6~8등급의 고객들을 위한 사업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6~8등급 서민들은 대부업체와 캐피탈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굵지의 시중 은행장들은 김치 담그고, 쌀 몇 포대 전달한 뒤 기념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그러면서 은행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한 것처럼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은행권은 명심해야 한다. 김치나 쌀보다 은행 문턱 자체를 낮추는 것이 국민들이 원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들이 호기롭게 홍보하는 은행의 사회적 역할의 진정한 의미라는 것을 말이다. 은행들은 정부와 함께 새희망홀씨대출, 햇살론 등에 동참하고 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은행 문턱이 낮아졌다면 왜 대부업체와 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이 자꾸만 늘어나겠는가.

은행에 주문한다. 고금리 대출자를 줄이는 보다 근본적이고 진지한 고민을 해 줄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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