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이 한국시리즈에서 사령탑으로 만난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48) 감독과 SK 와이번스 이만수(53) 감독대행이다.
정규리그 3위에 오른 SK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서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를 차례로 꺾고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면서 페넌트레이스 우승팀 삼성과 맞붙게 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삼성과 SK가 맞붙었다.
올해는 '리턴매치'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에는 SK가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올해에는 삼성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반면 SK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힘을 뺐다.
사령탑도 지난해와 다르다. 감독이 달라지면 팀 색깔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류 감독과 이 감독대행 모두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어서 이들의 대결은 더욱 흥미를 끈다.
대망의 한국시리즈는 25일 오후 6시 대구구장에서 막을 올린다.
▲ 류중일-이만수의 흥미로운 사령탑 대결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SK가 맞붙었을 때는 선동열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 각각 지휘봉을 잡고 있었다.
선동열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김성근 감독은 8월 중순 "올 시즌까지만 하고 SK를 떠나겠다"고 말했다가 경질됐다.
올해 사령탑으로 만나는 것은 류중일 감독과 이만수 감독대행이다. 이들 모두 '초보' 사령탑이다. 감독으로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것은 류 감독도, 이 감독대행도 처음이다.
류 감독은 삼성을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8월 중순 갑작스럽게 팀을 맡은 이 감독대행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SK를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로 이끌며 감독으로서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류 감독과 이 감독대행 모두 대구 야구 팬들이 사랑하는 스타들이다.
류 감독과 이 감독대행 모두 선수 시절을 삼성에서만 보냈다. '파란 피의 사나이'들이다. 1987년부터 1999년까지 선수 생활을 한 류 감독과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선수로 뛴 이 감독대행은 무려 11년 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처지는 다르다. 삼성에서만 코치 생활을 한 뒤 올해부터 삼성 지휘봉을 잡게 된 류 감독은 친정팀을 이끌고 5년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나선다.
미국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2006년 말 SK 수석코치로 돌아온 이 감독대행은 친정팀에 칼 끝을 겨누게 됐다.
이 감독대행은 "처음에 SK에서 코치 생활을 할 때 삼성과 경기를 하면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대구 팬들이 삼성을 응원하겠지만 절반은 나를 응원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삼성 마운드가 더 강하다
지난해에는 SK가 마운드에서 더 강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광현, 카도쿠라 켄으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에 '벌떼 불펜'이 버티고 있었다. 삼성은 일단 선발진에서 SK에 밀렸고,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불펜진 소모도 많았다.
올해에는 삼성이 마운드에서 앞서는 모양새다.
KIA 윤석민처럼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정도의 에이스는 없지만 윤성환과 차우찬, 덕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 등이 버틴 선발진은 안정적이다.
올 시즌 막판에 선발진이 없어 고생했던 SK는 브라이언 고든과 송은범, 윤희상이 선전해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잘 버텼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5차전까지 치르면서 김광현과 고든을 모두 써버렸다. 송은범도 호투를 펼쳤지만 팔꿈치 통증 탓에 상태가 100%는 아니다.
불펜에서도 삼성이 앞선다. 물론 SK의 '벌떼 불펜'도 강하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정우람과 정대현, 박희수가 이끄는 SK 불펜의 위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삼성에는 밀린다. 오승환, 권오준, 권혁, 정인욱 등이 포진하고 있는 삼성 불펜은 막강하다.
특히 올해 부활한 특급 마무리 오승환이 주는 위압감은 어마어마하다. 오승환은 올 시즌 54경기에 등판해 47세이브를 챙겼다. 한 차례 승리도 있었다. 패배는 단 한 번도 없었고 블론세이브도 한 차례 뿐이었다. 평균자책점이 0.63에 불과하다.
▲타선은 '난형난제'
타선은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양 쪽 모두 막강해서는 아니다. 올 시즌 SK의 팀 타율은 0.263으로 5위였고, 삼성은 0.259로 6위였다.
삼성과 SK 모두 해결사는 있다.
삼성에는 올 시즌 30홈런 118타점을 기록하며 홈런왕과 타점왕을 거머쥔 최형우가 중심에 버티고 있다. SK 타선의 중심에는 '가을사나이' 박정권이 있다. 박정권은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도 홈런 두 방을 쏘아올리며 위력을 과시했다.
이들을 받쳐줄 타자들의 활약에 따라 타선의 파괴력이 달라진다. 삼성은 최형우를 받칠 박석민과 채태인이 얼마나 해주느냐가 중요하다. SK도 최정과 안치용의 방망이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동력은 삼성 타선이 더 낫다. 삼성은 올 시즌 158개의 도루를 기록, 팀 도루 1위에 올랐다. 반면 SK는 105개로 6위다.
김상수가 삼성 기동력의 중심이다. 올 시즌 초반 톱타자로 나서 제 몫을 해냈던 배영섭의 복귀가 관건이다. 왼 손등에 금이가는 부상을 당했던 배영섭은 빠른 회복세를 보였으나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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