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심재희 기자] 19일 펼쳐진 수원과 알 사드의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결승행을 위한 치열한 승부가 펼쳐진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알 사드의 욕심이 과했을까. 비신사적인 행동이 결국 집단난투극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고 말았다.
수원이 0-1로 뒤지고 있던 후반 중반. 수원은 동점골을 넣기 위해 총 공세를 폈다. 게인리히와 하태균을 투입하면서 공격에 절대적인 비중을 뒀다. 하지만 이정수를 중심축으로 한 알 사드의 수비망은 예상보다 더 탄탄했고, 수원으로서는 아까운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후반 30분이 조금 지난 시점. 수원이 좌측에서 크로스를 올리는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했던 최성환이 다이빙으로 헤딩을 시도했다. 크로스가 뒤로 날아온 것을 보고 알 사드 수비수가 걷어내기 이전에 수원 동료에게 패스를 건네려고 했던 것.
한데, 최성환과 알 사드의 수비가 엉키면서 두 선수가 쓰러졌다. 느린 화면 결과 알 사드의 수비수가 최성환의 얼굴을 본의 아니게 밟는 장면이 연출됐다.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파울로 보기는 어려웠다.
두 선수가 페널티박스 안에 쓰러져 있는 상황에서 수원은 일단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 리드를 잡고 있던 알 사드 선수는 약간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좌측에서 염기훈이 볼을 잡는 상황에서 모든 선수들이 부상자가 있다는 것을 인식했고, 염기훈은 볼을 터치라인 밖으로 슬쩍 차냈다.
축구에서 부상자가 생겨 볼을 상대편에서 일부러 차내면 보통 다음 그림이 연출된다. 상대편에게 볼의 소유권을 일부러 넘겨주고, 상대편이 다시 볼을 잡고 공격을 전개한다. 그러면 관중들은 선수들의 신사적인 행동에 박수를 보내준다.
그런데 수원팬들과 선수들이 당연한 그림(신사적인 플레이)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알 사드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였다. 부상을 당한 후 곧바로 수원이 볼을 밖으로 차내지 않은 것에 대해 앙금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스로인 공격에 이어 절묘한(?) 전진패스가 수원 진영을 파고들었고, 공격수 마마두 니앙은 마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발휘해 정성룡 골키퍼를 제치고 수원 골문에 볼을 밀어넣었다. 알 사드의 추가골. 알 사드 선수들은 결승행에 더욱 가까이 다가간 기쁨을 표했다.
수원팬들과 선수들은 어이가 없어 성난 목소리를 내뱉었다. 심판에게 항의를 하면서 알 사드의 비양심적인 모습을 꼬집었다. 심판도 황당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때 관중이 난입했다. 관중이 알 사드의 골키퍼에게 돌진했고, 알 사드 선수가 관중을 저지하면서 사태가 더욱 커졌다. 결국 두 팀의 선수들은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고 주먹까지 교환했다. 집단난투극이 벌어지고 말았다.
두 팀 선수들 흥분한 상태로 집단난투극에 가담하는 사이에 먼 산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다. 바로 알 사드의 수비수 이정수였다.
이정수는 관중이 난입해 집단난투극으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커지자 그라운드 중앙에서 하늘을 응시하면서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사태가 진정된 뒤 교체아웃됐다. 자신의 친정팀과 현 소속팀의 집단난투극이라. 이정수는 그저 먼 산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경기에서는 수원이 졌다. 초반부터 공세를 폈지만 선제골을 넣지 못하고, 결국 먼저 실점을 허용하면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냉정하게 평가할 때, 수원이 홈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면서 경기에서 졌다고 봐야 옳다.
하지만 알 사드의 비신사적인 행동은 수원의 경기력과 별개로 문제를 삼지 않을 수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는 적잖은 돈이 걸려 있다. 하지만 양심을 돈에 팔고 추가골을 넣고 좋아하는 모습은 쉬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도 같은 축구선수인데, 상대를 완전히 바보로 만드는 플레이를 펼치고 좋아하는 모습에 실망감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유럽이나 남미에서도 난투극은 벌어진다. 하지만 이런 케이스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선수들은 동업자 정신을 가지고 존중하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수원과 알 사드의 경기에서는 동업자 정신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빅 버드에서 펼쳐진 집단난투극. 아시아 축구의 후진성의 한 단면을 보여줬기에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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