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아동양육시설(이하 보육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상당수 원생들이 정신 및 행동장애 판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보육원에서는 원생들간에 상습적인 폭행과 성추행이 발생해 왔으며 심각한 정신장애 증상을 보이는데도 방치돼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광주 동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8월 광주의 한 소아정신과 병원이 사회복지법인 A보육원 원생 30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실시한 결과 16명이 주의력결핍 및 과다행동장애 등의 증세를 보여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를 받은 나머지 원생 14명도 지적 능력이 일반 청소년 보다 심각하게 떨어져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진단됐다.
전문가들은 A보육원 원생들이 가족력 등 유전적인 요인과 부모 사망, 상습적인 폭행 등 불완전한 환경에 장기간 노출돼 이 같은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A보육원 원생들은 대부분 친부모가 사망했거나 육아 능력이 없는 부모를 두고 있어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문제는 보육원 안에서 원생들이 상습적인 폭력과 성추행 등에 노출돼 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9월 초 중학교 2, 3학년 남학생 4명이 자신들 보다 어린 초등학생 등을 쇠파이프로 수십대 가량 폭행했다.
폭행 사실은 인근 초등학교 교사가 확인하면서 경찰에 신고됐고 결국 가해 학생 4명은 다른 시설로 전원 조치 됐다.
원생간 폭행은 이 전에도 수시로 발생해 보육사들이 원장에게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여자 원생들이 야간에 남자 원생들로부터 성추행을 당하는 등 성폭행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방치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8월 보육사들은 여자 원생 보호를 위해 타 시설로 전원을 요구했으나 원장은 방 앞에 문 하나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무마시켰다.
결국 지난 9월13일 낮 12시10분께 중학교 2학년 B양이 보육원 직원 남편 C(55)씨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C씨는 자신의 딸과 친구인 B양을 집으로 데려가 식사를 한 뒤 딸이 외출한 틈을 타 강제로 성폭행 하려다 실패했다.
C씨는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됐으나 피해자인 B양도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B양은 정신과 치료 한 번 받지 못한 채 2차 피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타 지역 시설로 전원 조치됐다. 이 과정에서 보육원측은 C씨의 아내가 남편이 구속된데 앙심을 품고 B양의 교복과 교과서를 찢는 등 난동을 피우는데도 본인 과실에 따른 성폭행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해고하지 않다가 뒤늦게 사직서를 받았다.
원생들의 생활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일부 중학생과 초등학생들의 경우 상습적으로 결석을 하는데다 등교한 날은 교사들이 이들을 관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업 시간에 떠드는 것은 물론 교사에게까지 욕설을 해 생활지도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한 상담교사는 정상적인 대화가 도저히 이뤄지지 않는다며 A보육원 원생에 대한 상담을 포기하기도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들이 A보육원측에 생활지도를 강화해 달라고 요청하지만 보육원측은 "학교에 보내는데도 아이들이 가지 않고 말을 듣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현재 A보육원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원생들을 대상으로 40여 가지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홍보하고 있으나 확인 결과 대부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A보육원에 근무하고 있는 보육사들도 원생들 관리에 혀를 내두르고 있다. 남자 사회복지사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인 보육사들은 상습적으로 욕설을 하고 흉기까지 소지하고 있는 원생들로부터 신변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실정이다.
원생들의 실태가 이 같이 심각한데도 A보육원 원장은 아직까지 뚜렷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A보육원 관계자는 "정신과 치료를 장기간 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까지 치료비 마련 방안을 강구해 왔다"며 "유관 기관의 협조를 얻어 치료비용이 마련되면 곧바로 정신과 치료를 시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A보육원 원생들의 심각한 정신 및 행동장애 문제는 행정기관의 감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다. 지도·감독 기관인 동구청은 지난해 12월 원생간 폭행이 신고됐으나 원장이나 종사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문서로만 경고 조치했다. 원생들의 정신이나 행동장애 문제는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셈이다.
뉴시스 취재로 뒤늦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동구청은 A보육원 이사회에 시설장 교체와 정신과 치료계획 제출, 원생 전원 조치 등을 명령할 방침이다.
A보육원에서는 최근 성폭행 피해 여중생 1명, 집단폭행 가해 중학생 4명, 학교 부적응 초·중학생 2명 등 총 7명이 전원 조치돼 현재 유아 3명, 초등학생 18명(남자 14, 여자 4), 중학생 21명(남자 17, 여자 4 ), 고등학생 4명 등 총 46명이 생활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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