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이란 취재진이 들춘 한국프로축구 K리그

이상은 / 기사승인 : 2011-09-14 11: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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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은 인기가 많은 팀인데 왜 TV카메라 한 대 없고 사진기자도 없나요?", "수원의 좋은 성적이 승부조작 때문인가요?"


촌철살인이었다. 한국 프로축구의 치부를 가감 없이 까발린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회견이 진행된 30분 동안 팽팽한 긴장감마저 흘렀다.


1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삼성과 조바한(이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사전 기자회견이 열렸다.


여느 때와 같이 차분한 분위기였다. 한 이란 기자의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란의 한 기자가 물었다. "수원은 인기가 많은 팀인데 기자회견장에 왜 TV카메라 한 대 없고 사진기자도 없느냐"였다. 실제 취재기자 대여섯 명과 사진기자 1명의 국내 취재진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원정 온 이란 취재진과 비슷한 규모.


통역을 맡은 관계자가 추석 연휴 때문이라고 설명하자 이 기자는 "경기 당일에도 그런 것이냐"며 비아냥거렸다.


아시아 최고의 축구클럽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 8강전을 앞두고 이처럼 썰렁하고 무관심한 분위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규리그 초반 부진했던 수원이 최근 상승세를 타며 상위권에 위치한 것에 대해선 "수원이 2개월 전부터 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데 승부조작 사건이 영향을 미쳤느냐"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묻기도 했다.


수원의 성적과 승부조작 사태의 상관관계를 떠나 승부조작을 언급한 자체가 분위기를 꽤 무겁게 했다.


이란 취재진의 다소 정제되지 않은 질문들이 한국 프로축구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들춘 모양새라고 해야 할까.


프로축구는 국가대표팀, 해외파 선수들에게 밀려 미디어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방송매체 입장에서 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콘텐츠, 활자·인터넷매체 입장에서는 읽히지 않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현실이 그렇다.


K리그의 생중계는 사실상 보기 힘들다. 최근 2년 연속으로 아시아 최강 클럽을 배출한 리그이지만 챔피언스리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승부조작 사건은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역대 최악의 스캔들로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앞길이 창창한 젊은 선수의 목숨을 앗아갔고 리그의 신뢰를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다.


이란 취재진은 한국 프로축구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것 같았다. 아픈 곳만 찔렀다.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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