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행복해야할 명절에 크게 다툰 뒤 급기야 이혼에 이르는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가친지들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사랑을 베푸는 명절이 돼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결혼 2년차 S(30·여)씨는 평소 결혼생활이 부부중심이 아닌 남편집안 중심으로 이뤄지는 데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다. 스트레스도 심했다. 잦은 시댁 방문, 식사준비와 뒷정리, 제사준비 등에 시달리던 S씨는 자신이 가족구성원이 아닌 '일하는 사람' 취급을 받는 듯해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던 2009년 10월 추석 전날, S씨는 시댁에서 혼자 차례준비를 마무리한 뒤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왔고, 남편은 시댁에서 머물다 30분쯤 뒤에야 귀가했다. 이에 격분한 S씨는 "왜 말을 하지 않고 갔냐"며 남편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했다. 분을 참지 못한 S씨는 남편의 뺨을 때리고 옷을 찢기까지 했다. 사건 이튿날인 추석 당일, 남편은 자신의 부모에게 아내의 행동을 알렸고 옆에 있던 S씨에게 잠시 떨어져 지내자고 말했다. 1주일 뒤 남편은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5단독 최정인 판사는 "핵가족 위주의 가족관에 익숙한 S씨가 다소 전통적인 가족규범에 근거한 남편 집안의 생활방식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혼생활 파탄의 원인과 과정을 참작할 때 S씨와 남편의 책임은 어느 쪽이 더 무겁다고 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등하다"며 "양측의 위자료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결혼8년차 J(36)씨 역시 명절 때문에 이혼했다. J씨는 지난해 설을 맞아 강원도에 있는 시댁에서 제사음식을 마련하다 미끄러져 손가락을 삐고 허리를 다쳤다.
부상 당한 J씨가 끙끙거리는데도 남편과 시댁식구들은 걱정하거나 일을 도와주긴 커녕 제사음식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에만 관심을 가졌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J씨는 시누이, 시아버지와 싸웠고 이튿날 서울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 이후 J씨와 시댁의 갈등은 양가의 집안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J씨와 남편은 서로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부장판사 한숙희)는 "J씨와 남편은 모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편은 시댁에 대한 의무만을 강요하면서 시댁식구들과 함께 J씨를 타박했고, J씨는 시댁에 대한 반감으로 시댁식구들을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채 어른인 시아버지에게 대들기까지 했다"며 "그러므로 양측의 위자료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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