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수첩] 서울시장 출마 포기에도 '안풍'은 여전하다!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09-07 10:4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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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안철수 신드롬' 이어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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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단순 출마 가능성만으로 50년 정당 정치의 근간을 뒤흔든 '안철수 바람'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은 지난 6일 오후 4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출마 대신 야권단일 후보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안 원장의 모습은 이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볼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안철수 돌풍'은 10·26재·보선을 넘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가 정치 초보?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불출마를 선언하며 "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가 알고 있다. 감사하고도 부끄럽다"며 "하지만 그 누구도 국민의 민심을 쉽게 얻을 당연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고, (국민의 지지는)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기존 정치권에 대한 변화의 열망 때문이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기존 정치권의 변화를 위해 자신보다 박 상임이사가 더욱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한마디로 실리보다 명분, 즉 대의를 택했다.

'대의론'에 입각한 안 원장의 이같은 행보는 계파와 자신의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현재의 정치권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때문에 안 원장이 불러일으킨 '안풍'은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더욱 신선한 느낌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명말 홍응명의 어록을 모은 '채근담'에 이런 문구가 있다.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서리처럼 하라'는 이말은 정치인의 덕목으로 청렴함과 덕(德), 그리고 의(義)를 강조하고 있다. 이말을 몸소 실천한 안철수 교수를 과연 정치 초보라 폄하할 수 있을까.

# 안철수 12월의 남자로?

안 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로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는 박 상임이사가 맡고, 내년 대통령 선거는 안 원장이 나서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 설득력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과 다르게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며 대권 출마설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출마설'만으로도 압도적 지지를 얻은 안 원장의 서울시장 포기는 '대권으로 가는 길'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안 원장의 서울시장 불출마와 관련해 "안 원장의 관심이 애당초 대권에 있었다는 관측이 많다"며 "지지율 1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것은 대권행보를 위한 수순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안 원장이 이미 큰틀에서 대권가도에 올랐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약 야권의 대선주자급으로 급부상했다는 뜻이다.

안-박의 단일화는 서울시장 선거를 넘어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안-박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화가 성공할 경우 안 원장의 정치적 무게감은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이렇게 되면 여론조사 등 각종 지표에서 '박근혜 vs 안철수'라는 양강구도로 대권 정국이 새판을 짜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른다. 만일 박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안철수 신드롬'의 동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제2의 박찬종이나 문국현'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대의 명분을 강조하며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안 원장발 '안풍'이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지 50년 정당정치의 지각변동을 이끌지 주목된다. 어쨌든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했지만 안철수 교수의 '안풍'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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