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폭등은 호우탓” 핑계대는 물가당국

배정전 / 기사승인 : 2011-09-03 08:48:56
  • -
  • +
  • 인쇄
한국은행 등 책임 방기

[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8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지우제(止雨祭)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물가안정을 위해 여러 정책을 펴고 있지만 집중호우 등 이상기후에 따른 불가피한 상승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였다.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5.3% 급등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1일 정부는 물가 급등의 배경을 ‘집중호우에 따른 채소류 작황 부진’ 탓으로 돌렸다. 여당 내에서조차 “물가 폭등의 가장 큰 원인은 금리 정책이 실패했기 때문”(유승민 의원)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에서 또다시 ‘불가피성’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지난 1월 4.1%를 시작으로 올 들어 8개월 연속 4%를 웃도는 고물가 행진이 이어지는 동안 정부는 지속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을 물가 급등의 원인으로 돌렸다. 책임 회피에 급급해하는 모습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개월 만에 4%대를 기록한 지난 1월 정부는 이상한파와 구제역 확산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 급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4.5%를 기록한 2월에도 정부는 구제역과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만 탓했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물가문제는 불가항력”이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농축수산물이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3월 물가지수는 2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이번에는 중동지역 정정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이 배경으로 나왔다.

물가가 쉽게 잡히지 않자 기업들을 물가 불안의 원인으로 몰아세우기도 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앞다퉈 통신사와 정유사의 폭리 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며 업계를 압박했고, 공정거래위원회도 정유사와 통신사를 잇따라 현장조사했다.

관련업계가 각각 한시적으로 기름값 및 통신 기본료를 내리겠다며 백기를 들자 이번에는 “한우값은 내렸는데 식당 설렁탕값은 안 내리고 있다”는 논리로 개인서비스사업자까지 압박하기도 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최근 물가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물가관리의 책임을 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자신들의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인데 재정부가 나서서 다른 이유를 들며 물가 문제를 설명하는 것부터가 잘못된 것”이라면서 “물가가 이 정도 상황까지 왔다면 한은 김중수 총재가 사과를 하고 물러났어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칼럼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