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50)이 사퇴한 26일 여권은 하루 종일 격랑이 일고 어수선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57)는 작심한 듯 분노를 표출했다. 홍 대표는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과 한 조찬 간담회에서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아니고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오 시장을 비판했다.
그는 “주민투표 개함이 무산된 이후 마치 당이 10월 보궐선거를 없애기 위해 오 시장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는 말은 전적으로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시장직을 사퇴할 경우 잔무와 국정감사를 마치고 10월 초에 사퇴하겠다는 이야기는 오 시장이 수차례 당과 청와대에 약속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당의 주민투표 지원을 요청하면서 했던 말을 오 시장이 뒤집었다는 것이다.
홍 대표는 “어젯밤 10시쯤 오 시장이 집으로 찾아왔는데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쫓아보냈다”며 “이벤트 정치에만 매달리는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한나라당에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당에서는 오 시장을 직격한 홍 대표에 대한 비난도 나왔다. 한 중진의원은 “오 시장이 사퇴할 것을 미리 알고도 전혀 막지 못한 책임이 홍 대표에게 있는데 정치적 도의를 거론하면서 오 시장을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투표 실패의 정치적 책임을 오 시장에게 모두 전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몽준 전 대표(60)는 불교방송에 출연해 “오 시장이 주민투표 발의를 본인의 결단이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당에서 앞으로 오 시장이 결단한 취지를 잘 소화해야겠다고 본다”며 오 시장을 두둔했다.
청와대는 말을 아끼면서 오 시장의 사퇴가 가져올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장 10·26 재·보선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고, 패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길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이 대통령은 오 시장의 사퇴를 보고받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도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보궐선거가 10월로 잡히면서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란 것이 상황뿐 아니라 인물이나 공약 등의 영향도 큰 만큼 너무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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