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김성근 감독 경질 후유증, 프런트 책임은 없나

김태영 / 기사승인 : 2011-08-20 19: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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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김태영 기자] SK 와이번스 구단의 김성근(69) 감독 전격 경질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합니다.

SK-삼성의 8월 18일 인천 문학경기 내내 와이번스 팬들은 유니폼이나 물병을 그라운드에 던졌고 경기 중 그라운드에 난입하는 몰지각한 행위도 나왔습니다. 경기 후에는 관중석과 그라운드에서 유니폼을 불태우는 소란이 이어졌습니다.

프로야구 사상 최악의 그라운드 난동 사건 중 하나인 지난 1990년 8월 26일 잠실구장 LG¬해태의 경기 도중 양 팀 관중 1천 여 명이 그라운드로 뛰어들어 패싸움을 벌이고 외야펜스의 광고 부착물과 베이스를 뜯어내고 술판을 차리고 불까지 지른 사건이 생각납니다.

1986년 10월 22일 한국시리즈 3차전이 벌어지던 날 대구구장에서 해태 구단버스 방화사건에 이은 최대의 난동으로 기록된 21년 전 일이었는데 무장경찰 3개 중대가 동원돼 40분만에 진정 시켰습니다. 관중 10여 명이 부상당했고 소요 주동자 19명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죠.

이번 SK 사태는 지난 2007년부터 와이번스를 지휘한 김성근 감독이 2년에 이은 3년간의 재계약 기간이 끝나는 올해 말 이후 연장 계약을 놓고 구단과 김 감독 양측의 신경전으로 촉발됐습니다.

SK 구단 신영철 사장과 민경삼 단장은 올 초 김성근 감독의 계약 연장 여부에 관한 기자들의 질문에 뜨뜻미지근한 자세를 보이다가 지난 6월6일 신영철 사장이 감독실을 찾아와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김 감독은 일간스포츠 기자와 지난 15일 만남에서 털어놨습니다.

그런데 신 사장은 처음에는 '그룹에서 감독과 재계약을 하기로 했다. 시즌 중 재계약 논의를 할 것'이라고 하더니 두 차례 더 만나면서는 재계약 시점을 점점 더 뒤로 미루더라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우리 야구에서는 감독 계약 문제는 보통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 전반기가 끝나는 7월 이전에 대개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의문이 생긴 김 감독은 특히 신 사장과 이야기 중 “정말 기분 나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한 야구 후배의 이름을 꺼내면서 '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했다. 감독 선임은 구단의 권한이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택해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내게 그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실례 아닌가”라고 서운해 했습니다. 인터뷰에서 후배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나 바로 이만수 2군 감독이었습니다.

또 김 감독은 "구단 내부에서 '깨끗한 야구를 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외부에서 들었다면 서운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나는 그동안 '완벽한 야구, 지지않는 야구'를 추구했다. 이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승자'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지난 시즌 종료 뒤 실시한 설문조사서 'SK 야구단은 성적이 좋은데, 이미지가 좋지 않은 이유'를 물은 것은 섭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17일 경기 전 기자회견을 갖고 올 시즌을 마치고 SK를 떠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SK 구단은 18일 오전에 기자들에게 보도문을 보내 김성근 감독을 그만두게 하고 이만수 코치를 감독 대행으로 앉힌다고 발표했습니다.

SK 구단은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위임받은 현직 감독이 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17일 오전 구단에 당일부터 경기 출장을 하지 않겠다면서 사표를 제출했다. 구단에서 사표를 반려하고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을 대상으로 시즌 종료 후 퇴진을 발표한 점에 대해 구단은 대단히 충격적이고 당혹스럽게 받아들였다"면서 "지금과 같은 상태로 잔여 시즌을 운영하는 것은 파행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김성근 감독 퇴진을 결정했다”고 전격 경질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구단은 "남은 시즌 동안 선수단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고 밝혀 팀 분위기가 어수선해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이만수 대행 체제를 설명했는데 사태는 최악으로 변질됐습니다.

관중 난동이나 소란 사태는 점차적으로 진정되겠지만 프로야구 인기와 팬들의 사랑이 최고조로 오르고 있는 요즘의 프로야구장 분위기가 20년 전의 씁쓸한 난장판으로 돌변한 책임은 SK 구단이 떠안아야 합니다.

감독 계약 여부야 구단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김성근 감독이 지나치게 강한 자존심을 보인 것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지만 재계약 과정에서 현장 지도자에게 분명한 의사를 전달하지 않고 오해를 살 수 있는 말을 던져 불미스러운 사태의 불씨가 된 것은 잘못입니다.

구단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칼을 빼들었으나 좋은 이미지보다는 야구계 전체가 뒤숭숭해지고 열기가 식었습니다. 구단 수뇌부는 전면에 나서 팬들에게 경위를 설명하고 다독여 이미지 쇄신을 꾀하기를 바랍니다.

김성근 감독도 이런 사태까지 이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나서 팬들에게 SK를 떠나는 과정을 설명하고 조금이나마 팬들의 아픔을 달래는 한마디를 전해주는 작별의 시간을 갖기를 부탁드립니다.

팬들과 직접 만나는 모임이 어렵다면 기자회견을 통해도 좋습니다. 그래야 한국야구가 계속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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