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거취문제가 무상급식 주민투표의 의미를 훼손하고 주민투표에 임하는 진심을 왜곡하고 있기에 더 이상의 오해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재정을 위태롭게 하는 복지포퓰리즘에 누군가는 분명한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 숭고한 의의 앞에 저의 대선 불출마는 하나의 개인적 결정에 불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오 시장 측근은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두고 줄기차게 '대권 놀음'이라고 비판하는 야권을 상대로 들으라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올 들어 100여 차례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주민투표와 관련한 거취문제에 대해 수도 없이 질문을 받았으나 "심사숙고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최근 주민투표일(24일)이 다가오자 질문의 강도가 세졌고 "더 이상 거취문제에 대한 태도를 명확히 밝히지 않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핵심 참모들 사이에 형성되면서 이날 '불출마 선언'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오 시장의 이번 '불출마 선언'을 두고 서울시 내부에서는 수해(水害)와 세계 금융위기 영향으로 주민투표에 대한 관심이 달아오르지 않자 승부수를 던진 것이란 얘기들도 나왔다. 오 시장측은 복지포퓰리즘을 막기 위한 오 시장의 '순수한 충정'이 분명해진 만큼 한나라당의 당력이 결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어려운 결정을 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전화로 격려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오 시장의 대선 출마 여부는 관심사항도 아니고 우리는 그를 대선주자감이라고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했다. 작년 지방선거 때 자유선진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지상욱씨는 "오 시장은 지난 선거 때 이미 TV 토론에서 대선 불출마를 국민 앞에 약속했었다. 대선 출마 여부가 무상급식과 무슨 관계냐"라고 했다.
오 시장이 이런 비판들에 맞서 '주민투표에 지면 시장직을 사퇴하겠다'는 또 다른 승부수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오 시장은 "수많은 서울 시민이 시장으로 선택해줬는데 시장직 거취를 주민투표 결과와 섣불리 연계시킨다고 하는 결심을 쉽게 할 수 없다"며 "남은 기간 시민의 뜻을 묻고 당과도 긴밀히 협의하고 나서 결심이 선다면 투표 전에 입장을 밝힐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고위 간부는 "투표일 1~2일 전 '시장직 사퇴' 카드를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11일 참모 회의에서는 "대선 불출마 선언만 해야 한다", "시장직 사퇴도 같이 발표해야 한다"를 놓고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출마 선언을 하고 나중에 가서 시장직 사퇴를 거론한다면 '정치 쇼'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으나 "시장직 사퇴는 상황을 봐가며 내놓아야 한다. '대선 불출마'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카드지만 '시장직 사퇴'를 불쑥 공언했다가 만약 투표에서 지면 시장 선거를 또 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시민들이 가만있겠느냐"는 주장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코앞에 두고 최종적으로 '시장직 사퇴'를 연설 원고에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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