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카다 다케시(55) 전 일본축구대표팀 감독은 2010년 5월24일 일본대표팀의 남아공월드컵 출정식을 엉망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박지성(30·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침묵 세리머니'와 0-2 패배를 멍하게 지켜보는 것 말곤 오카다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남아공월드컵 4강 진출을 호언장담했던 그였지만 기자회견장에서는 일본 기자들의 조롱거리가 됐다. 특유의 멍한 표정으로 성실하게 답했다. 비웃음만 들어야 했다.
그러나 정확히 1개월 후, 오카다는 일본의 국민적 영웅이 됐다. 6월24일 덴마크와의 남아공월드컵 E조 마지막 경기에서 3-1 완승을 거두며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했다.
'대표팀의 사기를 저하시킨 무책임한 주범'이 일본 열도를 춤추게 한 것이다. 그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주위의 적극적 만류에도 불구하고 "농부가 되겠다"며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조광래(57) 축구대표팀 감독이 한일전 역사에 획을 그었다. 2011년 8월10일 삿포로에서의 0-3 참패. '삿포로 참사'라는 표현이 아프지만 가장 잘 어울린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서의 모습은 1년3개월 전 오카다를 연상하게 했다. 평소의 자신만만한 '허세광래'는 없었다. 조심스러웠다.
팬들의 질타가 대단하다. 일부는 감독직 사임을 언급하기도 한다. 이 역시 오카다가 거친 가시밭길과 흡사하다.
결말은 알 수 없다. 조 감독과 선수단이 연출해야 한다. 오카다는 5월24일 패배 이후 3주 만인 6월14일 카메룬을 꺾고 남아공월드컵 서전을 승리로 장식, 반전 드라마를 써나갔다.
한국대표팀은 3주 후인 다음달 2일 레바논을 상대로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다. 조 감독은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해서 팬들에게 죄송하다. 어제 같은 경기는 절대 하지 않겠다"며 고개 숙였다.
지난해 8월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공식 데뷔한 조 감독은 2-1로 승리한 후, 찬사를 받았다. '컴퓨터 축구', '데이터 축구' 수식어도 넘쳐났다. '조광래 X파일'로 불리는 자료는 매번 화제였다.
감독은 하루 아침에 역적이 될 수 있는 자리다. 욕도 무지 듣는다.
오카다는 '이왕 욕듣는 거 한 번 해보자'는 식으로 자신이 구상하고, 원하는 방식을 선택해 성공했다. 조광래 감독은 어떤 식으로 위기 국면을 타개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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