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희의 패스미스] 아름다운 패배, 김경중, 그리고 로베르토 바조

심재희 / 기사승인 : 2011-08-11 09:58:55
  • -
  • +
  • 인쇄
우승후보 스페인과 혈전, 졌지만 정말 잘 싸웠다!

lkj.jpg

[데일리매거진=심재희 기자] 정말 잘 싸웠다. 우승후보 스페인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멋진 승부였다. 8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대한민국 축구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실히 선보인 20세 이하 태극전사들이다.

기술에서 밀리는 한국은 체력과 전술의 우위를 점하면서 스페인과 맞섰다. 하루 더 쉬며 체력을 비축한 태극전사들은 스페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면서 강력한 압박을 가했다. 스페인의 패스워크를 봉쇄하기 위한 전술도 좋았다. 백성동을 중앙으로 돌리고, 윤일록을 날개로 펼치면서 김경중을 조커로 대기시켰다. 윤일록이 중앙으로 힘을 보태주면서 스페인과의 중원싸움을 대등하게 가져갔다.

다소 투박하기는 했지만 최전방에 위치한 이용재의 움직임도 매우 좋았다. 이용재는 공격에서 지원이 잘 이뤄지지 않는 외로운 상황이었지만 상대 최종 수비라인을 끌고 다니면서 한국이 완전히 수세에 몰리지 않게 분위기를 만들어줬다. 적절한 포스트 플레이와 쉴딩으로 스페인 수비수들을 괴롭히면서 공격의 힘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게 했다.

전반부터 포어체킹을 하면서 강력한 압박을 걸었기에, 후반 중반 이후 체력적인 부담감이 걱정으로 다가 왔다. 실제로 후반 20분 이후부터 선수들의 발이 많이 무뎌졌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투지를 발휘하면서 체력의 사점을 넘어섰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스페인의 기술축구와 끝까지 대등하게 싸워냈다.

결국 승부차기에서 졌다. 상대가 먼저 실패하면서 기회를 잡았지만, 우리 역시 실패하면서 동률을 이뤘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한 발이 모자랐다. 승부차기는 먼저 차는 것이 유리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분위기 전개였다.

이광종호는 1승 1무 2패로 최종 성적을 남기면서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부상자가 속출하고 주축 멤버들이 빠진 팀 상황을 고려하면 조별예선에서 당한 두 번의 패배도 훌륭한 경기력 속에서 나온 것이었고, 스페인과의 승부차기 대결은 공식적으로 무승부로 기록된다. 개최국과 유럽 지역예선 1,2위 팀을 상대로 대등하게 맞섰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 기술에서 조금 뒤져 보였지만, 근성과 투지에서는 상대에 결코 뒤지지 않았기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야 함이 마땅하다.

지동원과 손흥민이 빠졌고, 석현준과 남태희도 없었다. 어찌 보면 차와 포를 떼고 대회에 임한 이광종호다. 대회 도중 황도연과 임창우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고, 부상을 안고 뛰는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선수들이 뛰지 않는 친구들 몫까지 더 움직이면서 강호들과의 명승부를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상투적이지만 '아름다운 패배'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꼬리말)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 김경중이 실패한 뒤 눈물을 훔치는 장면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뛰어가 위로를 하는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전해졌다. 과거 1994미국월드컵 결승전에서 승부차기를 실축했던 너무나도 유명한 로베르토 바조가 한 말을 김경중에게 전하면서 글을 맺는다. "승부차기에 나서는 선수는 적어도 승부차기를 실패할 두려움을 뛰어 넘은 선수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핫이슈 기사

칼럼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