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장병문 기자] '얼음황제' 효도르 에밀리아넨코(35.러시아)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시어스센터에서 열린 '스트라이크포스 35'에서 댄 핸더슨(40.미국)에게 1라운드 4분 12초 만에 TKO로 패했다. 이로써 효도르는 3연패로 추락하면서 은퇴설을 잠재우지 못했다.
효도르는 2연패 후 은퇴설에 휩싸였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자신보다 나이도 많고 한 체급 아래인 핸더슨에게 무너지면서 더 이상 세계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게 됐다.
효도르는 초반부터 불꽃 튀는 타격을 선보였다. 아마도 체력에 대한 부담감으로 초반에 승부를 결정짓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던 것 같다. 그는 핸더슨을 상대로 특유의 핸드 스피드를 살린 러시안 훅을 시도했다. 하지만 적중률은 예전만 못했다. 파괴력은 있었으나 핸더슨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공격 이후 빈틈을 핸더슨에게 제공하고 말았다.
위기 상황에서 효도르의 대처가 적절하지 못했다. 클린치 상황에서 케이지에 몰려 장시간을 보냈다. 이때 양손이 제압당하면서 핸더슨에게 니킥을 수없이 허용하고 말았다. 강력하지 않았지만 수차례 허벅지를 난타 당했기 때문에 효도르에게 치명상이 되었을 것이다.
효도르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1라운드 종료 1분을 남겨두고 효도르는 핸더슨의 머리에 펀치를 적중시키면서 경기를 뒤집는 듯 했다. 주춤거리는 핸더슨을 상대로 펀치세례를 쏟아내면서 결국 그라운드로 넘어뜨렸다.
이때 효도르의 전매특허 '얼음 파운딩'이 나왔지만 성급했다. 상위 포지션을 확실하게 가져가지 못한 상황에서 파운딩을 시도해 핸더슨이 위기에서 빠져나오는데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효도르의 어설픈 파운딩이 패착이 되고 말았다. 핸더슨은 빠져 나오는 순간 카운터를 효도르의 안면에 적중시키면서 경기를 잡을 수 있게 됐다.
효도르는 핸더슨의 카운터에 앞으로 넘어지고 말았다. 이어 핸더슨의 파운딩이 효도르의 후두부를 강타했다. 후두부 가격은 명백한 반칙이지만 효도르는 이미 카운터 펀치에 실신한 상황이었다. 후두부 공격 이전에 경기는 끝났다고 봐야 옳다. 심판이 핸더슨의 반칙을 인정했다고 해도 효도르가 실력에서 핸더슨에게 밀린 것도 사실이다. 억울하겠지만 효도르는 패배를 인정해야만 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효도르의 추락을 명백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표정에서는 침착함이 있었으나 경기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결국 조급한 마음이 패인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격투팬들에게는 효도르는 전설이다. '60억 분의 1'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그이기에 3연패는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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