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대통령 문화특보로 내정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사진)이 22일 경복궁의 담장이 낮아 명성황후가 시해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서울 우면동 서울소방학교에서 ‘문화예술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강남소방서 직원과 의용소방대원 등 400여명에게 강연하면서 한 말이다.
유 전 장관은 한국의 전통문화 이야기로 시작한 강연에서 “서울이 600년 정도 됐는데 그렇게 오래된 도시지만 전통을 찾을 수 있는 데는 경복궁 이런 데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궁궐 담장을 보세요. 얼마나 인간적이에요? 사람들이 홀랑 넘을 수 있어요. 그러니까 민비가 시해를 당한 것 아닙니까?”라면서 “오사카성 보세요. 얼마나 성벽이 높고 위압적이고…”라고 덧붙였다.
유 전 장관은 강연 후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우리의 문화적인 흐름을 얘기하면서 중국의 자금성이나 일본의 성들을 보면 굉장히 높고 위압적이어서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데 반해 우리의 궁궐은 인간적이고 담장도 안이 보일 정도로 마음이 열려 있는 개방된 공간이라는 점을 설명했다”며 “그러다 보니 아무나 훌쩍 뛰어들어갈 수 있어서 민비도 시해당한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전 장관은 일부에서 부적절한 역사인식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 강연을 들은 400여명 중 그런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다들 별 문제없이 즐겁게 강연을 잘 듣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은 유 전 장관이 문화특보로 내정된 뒤 처음 마련한 공식행사로, 내정되기 오래전에 예정된 자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 장관의 이같은 발언에 진중권 문화평론가는 "명성황후가 시해 당한 것은 담장이 낮아서고 유인촌이 육갑하는 건 IQ가 낮아서다"며 비난했다. 명성황후를 '민비'라고 낮춰부르는 것은 일제가 조선황실을 비하하기 위한 식민사관적 단어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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