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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김정순 논설위원] 종 방을 앞두고 있는 JTBC 드라마 'sky캐슬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공행진 중이다. 연일 자체 시청률을 갱신하더니 지난 주말에는 23.2%로 비지상파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실은 나는 물론 우리 가족들도 매회 열심히 시청한 터라 기록갱신에 한몫 단단히 한셈이다.
여러 가지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sky캐슬'은 인기 못지않게 많은 과제를 남기고 있다. 혹자는 많은 문제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교육열과 입시 제도의 문제점을 꼽을 것이다. 물론 극 중 부모들은 자녀에게 부와 명예를 물려주기 위한 방편으로 입시와 전쟁을 치른다. 자녀를 서울대 의대에 합격시키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갖 악행을 일삼는다. 심지어 마치 서울대 의대에 합격하지 못하면 살 가치가 없는 것처럼 왜곡해서 보여준다.
다수의 시청자들은 극 중 부모들의 지나치게 일그러진 교육열을 바라보면서 입시 제도의 문제점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했을 것이다. 입시 관련 교육당국과 교사들에게는 더 큰 사명감과 책무성이 요구되면서 더욱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이 드라마가 보여준 폭력성과 왜곡 현상에 영향을 받게 될 시청자들의 미디어 이용 효과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언론을 전공한 사람의 직업병적 감수성일 수도 있겠지만 폭력 장면이 너무 많아 염려스럽다. 첫 회부터 서울대 의대에 아들을 합격시킨 극중 인물 영재 엄마가 엽총으로 자살하는 장면은 매우 자극적이다.
'아갈머리를 찢어버린다'며 극중 예서 엄마, 곽미향 (엄정화분)이 주변사람들에게 내뱉는 말마디는 섬뜩하다. 이 짧은 대사가 매 회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그때마다 매번 깜짝 놀라게 된다. 어떤 욕설보다도 더 폭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어적 비언어적 폭력 장면이 넘쳐난다. 철학책을 읽고 토론하는 장면이 있는데 인성보다는 실력만 뛰어나면 그만이라는 극중 전교 일등 예서의 왜곡된 해설과 주장이 당연한 것처럼 지지 받는다. 특히 로스쿨 교수라는 사람은 자녀들에게 피라미드 꼭대기를 강요하며 보이는 집착적인 행동은 가히 코믹적이다.
극에 등장하는 청소년 중에서 가장 반듯한 인성을 가진 우주는 살인범으로 몰린다. 불평등과 폭력이 난무하는 이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에게 미디어 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다. 어쩌면 궁금증 보다는 우려스럽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미디어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이용 흔적이 나타나게 된다. 이 때문에 미디어 영향에 관심을 갖고 주의해야 한다. 미디어 효과 이론 중에 배양효과 이론이 있는데 주로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는 이용자 일수록 매체기 보여주는 방식이나 상에 따라 현실을 구성한다는 논의를 다루고 있다.
요약하자면 텔레비전이 만들어내는 왜곡된 이미지나 상이 이용자에게 배양되어 현실 이미지를 만든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관점을 흐리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 점이 폭력적인 방영물에 대해 우려를 낳은 이유이다. 필자의 직업 병적 촉과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현실은 묘하게 나타났다.
우선 이 드라마에 대한 비판보다는 공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현상에 놀랐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를 닦달하고 몰아붙이는 드라마 속 부모들에 대해 그 마음 안다며 그게 다 자식을 위한 일 아니겠냐는 공감 글이 커뮤니티에 도배되고 있는 실정이다.
입시제도 문제를 겪어 본 필자 입장에서 자녀 입시로 시달리는 부모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드라마의 폭력성을 비판하기 보다는 공감이 압도적으로 많다니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이 드라마를 시청한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미디어 배양효과가 제대로 나타난 것 아닐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양 효과에는 텔레비전을 많이 시청하는 이용자들은 현실 관점이 흐려진다고 한다. 즉 미디어가 보여 준 폭력이나 어떤 상을 사회적 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배양효과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sky캐슬‘이라는 드라마를 본 시청자들의 관점이 흐려져 드라마 속 부모들의 비정상적인 욕망을 비판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오히려 공감 하면서 현실을 드라마와 동일하게 인식 하는 것인지.
미디어 배양효과 이론은 어느 면에서 이론으로 보기 어렵다며 한계를 지적받기도 하지만 매체에서 보여주는 폭력성이나 제시하는 상이 이용자들에게 배양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디어를 많이 접하는 사람일수록, 매체에서 재현하고 있는 모습이 현실과 흡사하다고 믿는 경향, 바로 이 현상 때문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폭력성과 비윤리적인 현상에 대한 경각심이 요구되는 이유다.
※ 김정순 논설위원은 현,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언론학 박사이며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겸임교수로 (사)한국언론법학회 이사, 휴먼에이드 미디어센터장, 한국인터넷융합학회 부회장을 맡고있으며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위원,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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