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니콜라스 두요브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 총재 [제공/연합뉴스]
[데일리매거진=이재만 기자] 아르헨티나가 통화가치 급락과 자금 이탈 등의 위기에 직면해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에 이르렀으나 알고 보면 외환보유액을 충분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IMF가 권유하는 외환보유액을 채운다고 해서 신흥국이 통화 위기에서 100% 안전을 보장받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이하 현지시간) 진단했다.
IMF는 아르헨티나에 경제 및 금융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적정 외환보유액을 652억3천만 달러로 제시했고, 실제로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기준 617억3천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외환보유액만으로 아르헨티나가 직면한 문제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물가가 치솟으면서 페소화 가치를 끌어내렸고, 국제 금융 시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자금 이탈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외환보유액의 8%에 달하는 50억 달러를 매각해 페소화를 사들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4월 마지막 주에만 페소화 가치는 1.6% 떨어졌다.
아르헨티나는 페소화에 대한 신뢰를 되찾기 위해 달러를 매각했지만 투자자들에겐 오히려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돼 정반대의 효과를 냈다고 베어링스애셋매니지먼트의 개리 스미스는 지적했다.
실제로 달러화 대비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22% 곤두박질친 상태다. 투자자들은 아르헨티나가 달러 표시 채무를 갚을 수 있을지 우려를 키우고 있다.
급기야 당국은 외환보유액에서 눈을 돌려 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다. 열흘 사이에 금리를 세 차례나 인상해 40%까지 끌어올리는 극약 처방에 나섰으나 페소화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8일 IMF에 3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 때문에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금융시장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쌓아둔 외환보유액의 효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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