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정부, 불확실한 경제에 확실한 입장 취해야
한은 기준금리 문제 손 놓아선 안 돼… 정부도 경제 대응능력 회복해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정치 분야 뿐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역대 최악’의 수치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경제 상황이 이렇게 좋지 않은 가운데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의 경제 정책마저도 우리나라에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리 선물시장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95% 이상으로 보고 있다. 0.25~0.5%로 유지돼 온 ‘초저금리 시대’의 마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가뜩이나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직격탄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먼저 미국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의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우리나라는 지난해 초 미 연준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포인트 금리를 0.25% 인상하자 단 석 달 동안 약 6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던 경험이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2017년 미 연준이 세 차례 정도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미국의 금리가 내년에는 우리나라 기준금리(1.25%)와 비슷해질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 주체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한국은행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자금 유출을 막으려면 우리도 기준금리를 현실화해야 하는데 한국은행은 가계부채와 미국 신정부의 정책기조, 동북아 정세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 속에서 당분간 경제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만약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당장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지만 자칫하면 영영 경제 회생의 불씨를 살리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마냥 손을 놓으며 갈팡질팡하는 모습만 보이고 있어서는 안 된다. 빠른 시일 내에 대내외의 변수를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경제 전반의 위기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대한민국은 현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정국과 최순실 게이트에 휩쓸려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최근 국무회의를 통해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내년 재정집행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각 부처는 연내 주요사업에 대한 집행준비절차를 마무리해 연초부터 즉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언급했다. 이는 그만큼 경제 상황과 전망이 좋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문제 해결과는 별개로, 정부 또한 경제부총리 문제를 매듭짓고 경제 위기대응 능력을 빠르게 회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1997년 외환위기와 맞먹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또다시 겪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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