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친박,보수정치의 본령 마저 외면하나?
[데일리매거진/사설] 정진석 원내대표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의 책임을 지고 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사퇴의 변에서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며 “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계파를 떠나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그러면서"대통령 직무 정지에 있어 집권 여당은 똑같은 무게의 책임이 있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전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촛불 민심을 외면한 채 당내는 물론 야당의 퇴진 요구를 받고도 책임지지 않는 이정현 대표를 비롯한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애둘러 쓴소리를 쏟아낸 것이다.
하지만 작금의 새누리당, 특히 친박의 행태는 참으로 답답하고 황당무계하다. 촛불민심을 외면한 채 권력사유화에만 앞장서고 있다는 인상이다. 사죄와 반성을 해도 모자랄 집권당의 주류세력인 친박이 이제 보수정치의 마지막 본령인 "책임지는 자세"도 외면한 듯 하다.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으면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권력을 누린 집권 여당의 지도부는 총사퇴를 해도 부족하다.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제 부모 형제 내친 패륜’, ‘배신과 배반의 아이콘’이라고 퍼붓고, 반대측은 국정농단 방기한 최순실의 남자 8인 명단 공개를 하지 않나, 작금의 새누리당 꼴은 정말 황당하다.
친박이 진심으로 촛불의 민심을 받아들이고 국민의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민심과 국회로부터 심판받은 박 대통령과 함께 물러나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런데도 친박의원들은 “부모형제 내친 패륜을 저지른 사람들이 집 대들보까지 뽑겠다는 것”이라는 등 막말에 가까운 주장을 하며 새누리당을 권력의 사유화의 보루쯤으로 여기는 것 같다는 의심이 지울 수 없다.
탄핵이 관철 되면 손에 장을 지지겠다던 이정현 대표가 이번에는 여·야·정 협의체는 쓰레기통에 들어갈 이야기라며 막말을 했다. 이어 탄핵 가결의 ‘슬픔’을 논개 정신에 비유하고,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냐며 야당이 제출한 탄핵소추안에는 근거가 없으며, 대통령의 혐의는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 아니어서 탄핵소추안이 기각 될 것이라고 주장한 친박의원들의 발언과 행동은 민심과는 동떨어진 것이다.
민생이 무너지고, 안보가 위태롭더라도, 일단은 나 몰라라 눈 감고 귀 닫은 채로 청와대의 눈치만 보던 그들이 이제는 친박은 비박을 배신자라며, 비박은 친박을 최순실의 남자들이라며 서로 힐난하고 모욕을 주며 누가 더 나쁜가 갑론을박을 벌이며 당을 깨니 마니 하는 촌극은, 그나마 조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듯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정서와 바램과는 한참 멀다.
친박이 지금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의 분노와 상처에 석고대죄하고, 전례 없는 어려움에 빠진 국가를 구해내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논의하는 일일 것이다. "보수정치의 본령은 책임지는 자세"라는 정 원내대표의 지적을 친박은 되새겨보길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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