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가까운 이웃의 먼 예의 '배변테러'… 중국 관광객 논란이 남긴 질문

이정우 기자 / 기사승인 : 2025-11-23 16:5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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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지적한 중국 관광객 에티켓, 한국도 예외 아니다
-가이드·여행사·정부의 관리 부재 … 이제는 구조로 고쳐야

△사진=가까운 이웃의 먼 예의
 가깝지만 멀다.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감정은 늘 이 문장 속에 담겨 있다. 

수천 년의 교류를 이어온 이웃이지만, 최근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는 중국 관광객들의 무질서한 행태는 그 거리를 더 멀게 만들고 있다. 세계가 이미 문제로 지적해 온 중국인의 여행 에티켓이, 이젠 한국에서도 더는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 제주 한라산에서 또다시 ‘대변 테러’가 발생했다. 성판악 탐방로를 내려오던 한 탐방객이 중국인으로 보이는 여성이 어린아이에게 등산로 옆에서 대변을 보게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보호자로 보이는 여성은 아이의 뒷처리를 도왔지만, 정작 남겨진 오물은 치우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자연환경을 훼손했다는 죄책감도, 다른 등산객을 고려하는 배려도 없었다. 공공장소에 대한 기본 규범은커녕, 타국의 자연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 사건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반복성이다. 불과 몇 주 전에는 경복궁 돌담 아래에서 70대 중국인 관광객이 대변을 보다 적발됐고, 그 이전에는 제주 용머리해안과 한라산 도로변에서 유사 사례가 잇따랐다. 최근 몇 년 사이에만 드러난 ‘대변 민원’이 네 차례에 달한다는 사실은, 이를 단순한 개인의 돌발 행동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는 이미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질서 안내문을 흔히 볼 수 있다. 줄 서기 무시, 공공장소 고성방가, 무단 투기와 자연 훼손, 타인에 대한 무례한 태도 등은 국제적으로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해외여행 중 중국 관광객을 만나면 여행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리고 한국도 그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라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고함을 지르거나 쓰레기를 버리는 이들의 대부분이 중국인이었다”고 증언한다. 코로나 이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서울, 부산, 제주 등지에서 비슷한 민원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자연환경이나 문화재 앞에서 벌어지는 무질서는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 국가 자산을 훼손하는 문제다.

 

그렇다고 모든 중국인을 싸잡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있다. 국가의 얼굴은 해외에 나간 국민 개개인이라는 점이다. 여행객 한 사람의 예의와 행동이 그 나라의 격을 보여준다. 한국을 찾는 손님이라면, 한국의 규칙·법·미풍양속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태도는 선택이 아니라 의무에 가깝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이번 사건 이후 중국어 안내판을 더 설치하고 순찰 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땜질식’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의 뿌리는 ‘규칙을 배우는 문화’ 자체에 있다. 중국 현지에서 가이드·여행사·지자체가 출국 전 에티켓 교육을 강화해야 하고, 한국 정부 역시 무질서 행위에 대해 보다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는 이유로 예외를 주고 온정주의로 덮는다면, 문제는 더 커질 뿐이다.

 

한국은 천혜의 자연과 세계적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선 우리 국민뿐 아니라 한국을 찾는 모든 이들이 같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관광 대국은 손님을 많이 받는 나라가 아니라, 그 땅을 함께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을 받는 나라다.

 

한라산이 던진 질문은 단순히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 어떤 품격의 나라가 될 것인지, 그리고 우리의 자연·문화·질서를 누가 함께 지켜갈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다. 예의는 국경을 넘고, 품격은 언어를 초월한다. 한국을 찾는 모든 이들은 그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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