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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일교 특검과 내란전담재판부법, 민주당의 3대 특검 종합 특별검사 추진 반대 등 향후 정국 운영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제공/영합뉴스] |
정치에서 이탈과 전향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침묵 속 거래’와 ‘책임 회피’로 이뤄질 때, 그 순간부터 선택은 자유가 아니라 배신이 된다.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을 당협위원장이자 보수정당에서 3선을 지낸 이혜훈 전 의원의 기획예산처장관 후보자 지명은 바로 그 금도를 넘어선 사례다.
정당 정치의 기본은 신뢰다. 특히 현직 당협위원장은 단순한 당원이 아니다. 당의 노선과 가치를 대리하고, 당원과 유권자를 연결하는 공적 위치에 있다. 그런 인물이 당내 어떤 상의도 없이, 탈당 의사조차 밝히지 않은 채 경쟁 정권의 핵심 국무위원직을 수락했다면 이는 개인의 진로 선택을 넘어 당과 지지층 전체를 기만한 행위다. 국민의힘이 ‘사상 최악의 해당 행위’라고 규정한 이유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과정이다. 이 전 의원은 국무위원 내정 사실을 숨긴 채 당무를 계속 수행했고, 선출직 공직자 평가에도 관여했다. 이는 정치적 판단 이전에 조직 윤리의 붕괴다.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와 책임감이 있었다면, 수락과 동시에 당적 정리와 공개 입장 표명이 선행됐어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또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통합을 말하면서 상대 진영의 핵심 인사를 ‘깜짝 차출’하는 방식은 협치가 아니라 정치적 흡수다. 국가 예산을 총괄하는 중책을 통합의 상징으로 포장하며 정치적 거래의 대상으로 만든다면, 그 자체로 인사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민주당이 말하는 ‘실용’은 상대 진영의 균열을 활용하는 정치 기술로 비칠 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민주당의 중도 확장 전략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상대 정당을 주변부로 밀어내는 방식의 확장은 건강한 정치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다. 더구나 과거 ‘윤어게인’ 주장까지 했던 인사가 하루아침에 현 정권의 재정 사령탑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국민에게 정치의 진정성보다 냉소를 안긴다.
정치는 계산이 아니라 신뢰 위에 서야 한다. 배신은 명분으로 포장될 수 없고, 통합은 기습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이번 사태는 한 정치인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 정치가 아직도 권력 앞에서 얼마나 쉽게 원칙을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이다. 정치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먼저 배신을 배신이라 부를 용기부터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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