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장병문 기자] 기아자동차의 신개념 미니 CUV(Cross-over Utility Vehicle.다목적퓨전차량) 모델 레이(RAY)가 국내 경차시장과 박스카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레이는 경차지만 겉모습이 네모난 상자처럼 디자인돼 '박스카'로 분류되고 있다.
레이가 박스카로는 국내 최초 경차로 출시돼 관심이 높다. 경차의 다양한 경제 혜택과 뛰어난 연비 효율성을 갖추고 있는데다 박스카로 디자인 되면서 공간활용성이 기존 경차들에 비해 앞선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차값이 준중형 차량과 엇비슷하다는 점에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레이의 경쟁력은 어디서 나올까.
레이는 전체적으로 디자인 밸런스가 잘 이뤄져 무난한 스타일이다. 닛산 큐브나 다이하츠 탄토의 디자인 카피가 아니냐는 지적도 일어났으나 박스카로서의 기본적인 틀은 서로 비슷한 면이 많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았다.
레이의 가장 큰 특징인 B필라리스(앞문과 뒷문 사이에 기둥이 없는 차체 구조)다. 이 때문에 보조석 뒷문은 슬라이딩 형식이다. 승합차의 뒷문 여는 방식을 생각하면 쉽다. 다만 손잡이를 바깥쪽으로 당겨야 열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좀 낯설다. 하지만 타고내리기 편하고 개방감이 좋다.
레이의 사이즈는 전장*전폭*전고가 각각 3595*1595*1700mm이다. 차체 길이만 놓고보면 경차 모닝과 똑같다. 휠베이스도 2520mm여서 실내 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모닝에 비해 35mm가 늘어난 크기다. 이는 실내 공간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설계 때문이다.
박스카 답게 실내는 경차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좀더 과장한다면 SUV 못지 않다. 시트하단의 수납 트레이를 비롯해 대용량의 루프 콘솔, 각종 도어 트레이 등이 적용됐다.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1326L의 공간이 확보된다. 실내고는 1330mm인데, 신장이 190cm인 성인이 타도 불편하지 않다.
레이의 주행능력은 합격점을 받고 있다. 카파 1.0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78마력(6400rpm), 최대토크 9.6kg.m(3500rpm)를 발휘한다. 시내 주행 속도인 60km로 달렸을 때 주행감은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박스카인 이유로 우려했던 승차감도 뛰어난 편이다. 시속 100km 이상 고속 주행시 나오는 풍절음은 경차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할 수 있는 정도다.
최고속도는 시속 132km이지만 그 이상의 고속 주행도 가능하다. 시속 110km 전후에서는 엔진에서 노이즈가 발생한다. 기존 경차들과 비슷한 수준의 소음이다. 레이가 경차로서 경제적이면서도 공간활용을 최대로 누린 소비자를 타깃으로 한 차량으로 드라이빙 성능을 강조한 차량이 아니라는 점은 소비자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 같다.
레이의 연비는 리터당 평균 17.0km를 달릴 수 있다. 바이퓨얼엔진을 장착한 LPG 모델은 출력이나 토크는 같고 연비만 13.2㎞/ℓ다. 높은 차체를 감안한다면 훌륭한 수치다.
차값은 카파 1.0 가솔린 모델이 1240~1495만원이며 카파 1.0 바이퓨얼(LPG) 모델 1370~1625만원이다. 레이의 최고급 사양에서는 소형차와 준중형 차값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동급의 모닝과 스파크가 가장 싼 모델이 950만원대인 것에 비해 가격차이가 난다.
가격 경쟁력에서 약점을 보이는 듯 하지만 레이는 경차 최고의 안전 및 편의사양을 갖췄기 때문이다. 레이는 급제동시 바퀴의 미끄러짐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ABS, 차세대 차체자세제어장치(VDC), 6에어백, 경사로에서 차가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는 HAC 기능, 2열 3점식 시트벨트도 기본 장착 등으로 인해 차값이 상승했다. 안전 및 편의사양을 비교한다면 사실상 동급 차량과 가격 차이는 없다고 봐야 한다.
레이의 등장으로 경차 시장은 물론 박스카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됐다. 소비자 측면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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