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멘토 법륜스님, '21세기판 신돈을 꿈꾸나'

뉴시스 / 기사승인 : 2011-11-13 15: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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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辛旽, ?~1371)은 고려 말기 부패한 사회를 개혁하려 했던 승려 출신 정치가다.

1365년 공민왕에 의해 발탁된 신돈은 왕의 신임을 등에 업고 정계개편 작업을 수행했다. 그는 당시 권력을 장악하고 있던 권문세족을 척결하고 이들에 대한 대항마로 신진사대부들을 과감히 기용했다. 신돈이 양성한 신진사대부들은 십수년 뒤 조선을 건국하는 주역이 된다.

640년이 지난 현 시점에도 신돈과 흡사한 행보를 보이는 한 승려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법륜스님(58). 법륜은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조용한 성격의 한 40대 교수를 일약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만들었고, 여당의원들이 만사 제쳐두고 강연을 요청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인사가 됐다.

법륜은 '안철수 바람'의 진원지인 '희망공감 청춘 콘서트'를 기획한 인물이다. 법륜은 지난해 평화재단 아카데미에 강사로 출연한 안 교수를 눈여겨봐뒀다가 올해 1월부터 전국 20~30대를 대상으로 개최해온 청춘콘서트에 전격 투입했다.

이후 안 교수는 지난 5월부터 약 100일간 '시골의사' 박경철씨와 함께 전국 25개 지역을 돌며 4만7000여명을 상대로 강연했다. 이 과정에서 큰 호응을 얻은 안 교수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치며 대중적 지지도를 한층 높였고 급기야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발돋움하기에 이르렀다.

안철수 효과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여당인 한나라당의 초선의원들이었다. 개혁성향 초선의원 모임 '민본21'은 안 교수 바람을 일으킨 막후의 실력자 법륜에게 강연을 제의했고, 법륜은 이를 수락했다. 이들의 만남은 여당의원들이 스스로 '잠재적 정적(政敵)'에게 가르침을 구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이 자리에서 법륜은 "정치를 왜 하는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며 "그냥 직업으로 하는가, 국회의원 월급과 대우를 받고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하는가, 재능이 여기에 쓰이는 게 효과적인가, 아니면 딴 데 쓰이는 게 효과적인가 물어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연을 들은 한 의원은 "정치 프로의 분위기가 느껴졌다"며 혀를 내둘렀다.

법륜의 정치내공은 오랜 시민사회운동 경력에서 비롯됐다. 법륜은 수행공동체 정토원을 비롯해 국제구호단체 JTS, 환경운동단체 에코붓다, 국제평화·인권센터 좋은벗들, 통일정책 연구기관 평화재단 등을 설립해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법륜의 활동영역은 북한동포돕기·평화통일 운동, 자연환경보호 운동, 제3세계 구호 운동으로 요약된다. 그는 북한 쌀 보내기 운동을 벌이는 등 인도적 지원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대중운동에도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1994년부터 진행해온 쓰레기 제로운동과 '빈 그릇 운동'에는 연인원 150만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오랜 사회운동의 결과 수상내역도 화려하다. 교보환경문화상 사회교육분야 본상(1998년), 막사이사이상 평화와 국제이해부문상(2002년), 강원도 DMZ 평화 남북교류협력상(2006년), 제5회 민족화해상(2007년), 포스코 청암상(2011년) 등.

꾸준한 사회운동으로 법륜은 두터운 인맥을 형성했다. 법륜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문규현 신부 등 진보인사뿐 아니라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소설가 김홍신씨 등 중도 보수 인사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좌우를 가리지 않는 그의 인맥은 방송인 김제동과 가수 이효리 등 인기연예인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이처럼 인맥이 쌓이고 정치적 식견도 높아지다 보니 정치 욕심이 나는 건 당연지사.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도적지원 요구를 거듭 거절하자 법륜은 지난해 가을 정권교체를 위한 세력규합에 착수했다. 그는 '중도좌파를 중심으로 한 중도우파의 규합'을 선언하며 유시민, 이정희 등 야당 지도자급 인사들이나 시민운동가들과 광범위하게 접촉해왔다.

정권교체 계획은 매우 구체적이다. 현재 법륜은 차기정권에서 대북정책 지분을 보장받겠다는 목적 아래 안철수를 간판으로 한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동 모 로펌의 대표가 창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도 있다.

안 교수가 고심 끝에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경우도 대비하고 있다. 법륜은 김두관 경남도지사 등 잠룡들과 접촉하는가 하면 평화재단을 중심으로 차기정부 대북정책을 입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법륜의 행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법륜의 추종자들은 "실천하시고 보여주시고 느끼게 하시어 부처님의 깊은 뜻을 전해주심에 감사합니다" "살아계신 부처님, 곧 생불이십니다" 등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반대자들은 "중까지 정치하겠다고 나서니 나라 망하는 건 시간문제" "스님은 절에, 신부는 성당에, 목사는 교회에서 본분을 다 할 때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텐데 툭하면 나와서 자기들이 옳다고 하니 그것이 문제" "고명한 법륜스님이 이제 정치활동을 하신다? 그것도 안철수를 내세워서. 그간 닦으신 공덕 다 까먹으시렵니까" 등 발언으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나브로 한국정치계의 실력자로 떠오르고 있는 법륜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적 선택을 내릴지 의문이다. 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신돈의 재림을 선언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막후의 실력자로 머물지, 결정은 이제 본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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