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1년 가까이 끌어오던 한진중공업 사태가 9일 극적인 노사간 합의를 이뤘지만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고공 농성 중인 85호 크레인 인근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합의안 도출이 무산됐다.
사측은 공권력 투입과 관련해 사과했고 노조측은 10일 합의안 찬반을 묻는 조합원 투표를 진행하기로 해 한진중공업 사태의 최종 타결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한진중공업 노사는 9일 오전 10시부터 본교섭을 벌여 잠정 합의를 이끌어냈다. 양측은 정리해고자 94명을 합의 이후 1년 내에 재취업시키기로 하고, 해고기간 이전의 근속년수에 따른 근로조건을 인정하기로 했다.
합의안에 서명하면 해고자들은 오는 2012년 11월 중으로 영도조선소로 돌아올 수 있게 된다. 또 정리해고자에 대해 1인당 생계비 2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노사 쌍방의 형사 고소고발 진정은 모두 취하하고 지부와 개인에 대한 미사상 손해배상청구는 최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이날 오후 들어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 인근에 공권력이 투입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노조는 오후 잠정 합의안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수용여부를 묻는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런 공권력 투입 소식에 무산됐다. 이과정에서 노조원과 경찰 사이에 극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조합원들은 사측이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이 농성을 해제하면 노조측이 신병인도를 받아 한진중공업 정문까지 함께 이동하기로 했지만, '시설물 보호'라는 빌미로 공권력 투입을 요청해 입장을 180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후 노사는 다시 실무교섭을 벌여 김진숙 노조위원의 신병과 관련된 논의를 명확하게 마무리하고, 10일 최종 합의안 도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차해도 지회장은 이날 오후 6시 기자회견을 갖고 "공권력 투입과 관련된 사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냈다"면서 "내일 오후 2시, 영도 조선소에서 합의안 수용에 대한 노조 찬반 투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 지회장은 "당초 사측과 협상테이블에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고공 농성을 해제하면 노조측이 신병을 인도받아 영도 조선소 정문 밖까지 인도하기로 합의했다. 만약 조합원 투표가 가결되면 김 지도위원은 노조측의 인도로 영도 조선소 정문까지 이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권력 투입에 김진숙 지도위원은 "경찰이 조합원 총회가 열리기도 전에 병력을 투입해 결국 최종 합의가 무산돼 유감"이라고 말했다. 김 지도위원은 "조합원들이 잠정 합의안에 찬성하면 해제하고 내려가 경찰 조사를 받을 것"이라며 "체포영장과 관계없이 내가 어디 도망갈 길도 없는데 경찰이 강경대응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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