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과 진천군의 충북혁신도시 상업용지 논란에서 촉발된 두 지역 통합 문제는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다.
당장 통합이 추진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지만 혁신도시 건설과 맞물려 통합 논란은 언제든지 되살아날 개연성이 있다.
이필용 음성군수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비록 공식적인 요구는 아니지만 진천군에서 자꾸 혁신도시 내 상업용지에 욕심을 부린다면 음성군민의 뜻을 받아들여 행정구역 개편(통합) 필요성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 수렴을 할 수도 있다"란 돌출 발언을 했다.
유영훈 진천군수는 2일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두 지역 통합은 감정적으로 할 일이 아니다"라고 짤막하면서 단호한 통합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 음성군수는 다시 "양군 통합은 감정적이 아니라 극히 이성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것"이라며 "통합하면 성공적인 혁신도시 건설은 물론 경제적인 측면을 비롯해 산업기반, 교육기반, 인구유입 등 긍정적인 측면이 많다"라고 통합 필요성을 거듭 확인했다.
두 자치단체장의 통합 시각을 놓고 보면 음성군수가 공세적인 반면 진천군수는 수세적인 입장이다.
여기엔 군세(인구·면적 등)가 적잖이 투영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인구(외국인 제외)는 음성군(9만1513명)이 진천군(6만2990명)보다 1.5배 많고, 행정구역 면적도 음성군(520㎢)이 진천군(407㎢)의 1.3배나 된다.
증평·진천·괴산·음성 중부4군이 한 선거구인 2004년 17대 이후 세 차례 국회의원선거(보선 포함)에서 모두 음성 출신이 당선됐다.
각종 수치와 선거 결과를 놓고 보면 두 지역 통합은 음성군이 진천군을 흡수하는 것으로, 진천군은 음성군에 편입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다.
그러나 음성군과 진천군 통합 문제는 이 같은 수치만으로 볼 수 없는 보다 복잡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음성군과 진천군은 먼저 통합 청사 위치를 놓고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에 원론적으로 접근해 가는 가운데서도 최근 통합 청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8월 경남 마산·창원·진해 3개 시가 통합된 창원시는 지난 4일 창원시의회가 다시 3개 시로 분리하자는 건의안을 표결로 의결했다.
창원시의회가 3개 시로 다시 분리하자는 건의안을 의결한 것은 통합 이후 극심한 지역 갈등 때문이다.
통합한 지 1년3개월이 지나도록 지역 갈등이 심화하고 있어 통합 새 청사 위치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음성군과 진천군 역시 이 같은 통합 청사 위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음성군과 진천군은 음성읍과 금왕읍, 진천읍이 3각 구도를 형성하고 그 사이엔 충북혁신도시가 자리잡은 복잡한 구조다.
음성군과 진천군은 통합 청사 유치를 싸고 음성읍 또는 금왕읍과 진천읍의 우선 순위 다툼에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전쟁(?)을 치를 것은 자명하다.
음성군은 진천군보다 전체인구가 많은 점을 들어 군청 소재지인 음성읍을 1순위로 내세울 수 있다.
진천군도 3개 읍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은 진천읍을 1순위로 내세워 맞설 수 있다.
지난달 말 현재 3개 읍의 인구는 진천읍(2만9014명), 금왕읍(2만1514명), 음성읍(1만8324명) 순이다.
군청 소재지는 아니지만 금왕읍도 청사 유치전에 가세할 것은 뻔하다.
기업체가 집중되고 인접한 대소면과 함께 음성군의 경제 중심지로 자리잡은 금왕읍은 대소면(1만6168명)과 합치면 3만7000명이 넘는다. 괴산군 전체인구보다도 많다.
이필용 음성군수가 통합 이유로 제기한 '혁신도시의 성공적인 건설에 대한 모색' 차원에서 음성군 맹동면과 진천군 덕산면에 걸친 혁신도시에 통합 청사를 둘 수도 있지만 아직 행정체제를 확정하지 못한 혁신도시와 통합된 음성·진천의 정체성 문제가 대두될 수밖에 없다.
통합 청사의 혁신도시 내 설치도 각 군과 3개 읍의 이해득실에 따라 큰 파열음이 나올 수도 있다.
진천군은 진천읍을 5만 이상의 도시형태로 갖춰 2015년 시 승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음성군이 추진하는 진천군과의 통합은 '인구 2만 이상의 도시형태를 갖춘 2개 이상 지역의 인구가 5만 이상이면서 양군의 인구가 15만 이상'인 지방자치법 시 설치 기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도 진천읍과 금왕읍 인구가 5만을, 양군 인구가 15만4000명을 넘어 법정 요건은 충족했다.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가 올 12월 말까지 통합을 건의한 자치단체에겐 행·재정적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여기엔 해당 자치단체 주민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란 전제 조건이 있다.
이필용 음성군수의 비공식적인 통합 제의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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