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10ㆍ26 재ㆍ보궐선거 결과 범야권의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새로운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박 후보는 서울시 전체 유권자 837만4067명 가운데 215만8476표로 53.40%의 지지를 얻었다. 반면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는 186만7880표, 득표율 46.21%에 그치며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범야권의 박 후보가 승리하면서 정가에 매가톤급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 제3 신당 출연할까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이면에는 '안철수 돌풍'이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8ㆍ24 주민투표로 촉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지지율 50%가 넘는 절대적 지지 속에서 5%의 지지에 그친 박원순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했다. '아름다운 양보'로 승자독식 사회에 지친 시민들에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의 서광을 비치며 시민세력의 정가 진출에 길을 열었다.
시민사회가 본격적으로 정치 전면에 등장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양분하던 양당 체제가 사실상 붕괴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당정치 50년 역사상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내년 총선 이전에 안철수 원장과 박원순 새 서울시장,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 김두관 경남도지사, 조국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등의 시민세력이 중심이 된 '제3 정당 창당'이 점쳐지고 있다. 동시에 한나라당에 한계를 느낀 제3의 보수세력의 등장 가능성도 실존한다.
# 與 책임론 불가피…박근혜의 행보 관건
당초 예상과 달리 7.2%로 대패한 한나라당은 인적쇄신과 책임론 등으로 상당한 내홍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까지 나섰지만 패배했다는 사실에 '박근혜 대세론' 마저 위협받고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이번 패배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패배 책임론을 두고 계파 갈등은 물론 당ㆍ청 갈등까지 불거질 전망이다. 당 내부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이 패배의 주요한 원인이었다는 볼멘 소리가 거세다.
때문에 박 전 대표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직접 당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2007년 천막당사 때와 같이 위기의 당을 구해낼 지는 미지수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 범친이계 인사들이 박 전 대표에 대한 견제론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재창당 수준의 대혁신을 이뤄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 野 통합 주도권 경쟁 심화…민주 존폐 기로
민주당으로서는 당력을 집중했던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지만 마냥 기쁠 수만은 없다. 야권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 통합의 주도권이 박 시장을 비롯한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이 이끄는 '혁신과통합' 등 시민사회 주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손학규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는 야권 연대의 승리를 강조하며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전략으로 '박원순 껴안기' 등 민주당 주도의 통합에 나서겠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안철수 신당론'이 거센 가운데 안 원장 중심으로 시민사회 세력이 결집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야권통합에서 주도권을 잃은 채 이끌려다닐 공산이 크다. 더욱이 안 원장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범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만큼 민주당은 서울시장은 물론 대통령 후보도 내지못하며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게다가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국민참여당 등 기존 정당과의 연대도 녹녹치 않아 '닭 쫓던 개' 신세가 될 우려가 놓다. 다만 안철수 원장에 대한 검증이 본격화 되면서 '찻잔 속 태풍'으로 '안철수 돌풍'이 그칠 경우 민주당 역할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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