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선] 박원순 당선…박근혜 대권가도 '먹구름'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10-26 23: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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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여왕' 박근혜의 신화가 깨졌다.

여권의 유력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전국을 누비며 선거 지원에 나섰지만 끝내 아픈 패배를 맛봤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아성인 TK(대구·경북)지역인 대구 서구청장과 경북 칠곡군수를 비롯해, 경남 함양군수,부산 동구청장, 충주시장, 강원 인제군수,충남 서산시장 등 호남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자당 후보자를 고루 당선시켜 서울시장의 패배의 아쉬움을 만회했다.

이번 10·26 재보궐선거가 박 전 대표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간 '대선 전초전' 성격으로 치러졌기 때문에 한나라당의 충격은 더욱 크다.

안 원장은 선거전의 전면에 서지는 않았지만 24일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의 캠프를 방문,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건넸다.

박 전 대표는 선거운동기간 13일 중 8일을 서울에 할애하며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를 전면 지원했다. 특히 선거 전날인 25일에는 서울시민 등으로부터 건의받은 정책을 직접 자필로 정리한 '수첩'을 전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정당정치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요한 뿌리"라며 "흔들리지 않고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확실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꼭 당선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가 총력전을 펼친 만큼 이번 선거 결과는 향후 정국 지각변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의 '대세론'에 타격을 입는 것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수도권 친이(이명박)계를 중심으로 "박근혜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흘러 나올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에 맞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잠재 주자를 내세워 박 전 대표와의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나라당을 넘어선 보수신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불거지고 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일부 보수진영 외곽 인사들을 중심으로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재보선 패배와 무관하게 정해진 로드맵에 따라 본격적인 정치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당장 재보선 다음날인 27일에는 광주를 방문한다. 내년 총선에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는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지만 1년여 만의 호남 방문이라는 의미가 더 크다.

그는 간담회, 강연 등의 정치일정을 늘리며 학생, 주부, 직장인 등 국민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며 최대한 많은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기 위해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기간과 대선 패배 이후까지 오랜시간을 들여 정책을 연구하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며 "대선이 다가와 여야 대권주자간의 실질적인 대결이 이뤄질 경우 밀릴 이유가 없다. 안철수 효과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 결과를 '반(反)한나라' 정서의 결집이 아닌 '정당정치의 위기'로 규정짓고자 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표면화된 만큼 정치권이 낮은 자세로 신뢰를 쌓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이번 선거가 마지막 기회라고 볼 수 있는데 한번 금간 유리는 계속 금이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이번 선거로 한나라당이 뿌리째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박 전 대표가 안 원장과의 1대1 대결에서는 이미 진 상태지만 다자구도에서는 여전히 1위인데, 이것이 최후의 보루"라며 "이 부분이 깨지면 '박근혜로도 안 되는구나'라는 패배심리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민호 모노리서치 이사는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이 이사는 "현재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지금보다 더 증폭될 것이고, 이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에 대한 결집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혁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당내 내홍도 발생하겠지만, 대선주자로서의 데미지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잘못의 원인이 박 전 대표에게 있는 것으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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