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김영훈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여부를 두고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최종판단했다.
분식회계는 주가를 올리거나, 대출을 더 쉽게 받거나, 경영자가 나쁜 경영실적을 숨기기 위해 거짓으로 실적을 부풀리는 행위다.
이로인해 삼성바이오주식은 즉각 매매 정지됐고,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나설 방침이다.
이로써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논란은 잠재웠지만, 투자자 집단소송 등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8만명이 넘고, 이들이 보유한 주식도 1천400여만주에 달한다. 분식회계 논란이 불거지고 이슈가 될 때마다 삼성바이어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러면서 소액주주들은 이래저래 손실을 봤다. 천문학적 액수의 집단소송까지 예상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분식회계 여파로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 시가총액은 14일 기준 22조1321억원이다. 시가총액으로는 코스피 기준 전체 6위의 초대형 상장사다.
상장 폐지 결정으로 최악의 사태가 현실이 될지, 아닐지는 아직은 짐작하기 어렵다.
이 종목의 거래가 정지되면 제약·바이오 업종을 비롯한 시장 전체의 투자 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최근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아 전체 업종 분위기가 또다시 무겁게 가라앉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상장 폐지까지 되지 않더라도 삼성바이오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거나 코스피200 구성 종목에서 빠지는 경우에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종목 거래가 정지되면 관련 주식워런트증권(ELW)의 거래가 멈추고 삼성바이오 주식을 편입한 ETF 70여 종목의 가격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바이오산업의 불신과 극도의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더 큰 문제는 현재 증시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어서 개인투자자 거래 의존도가 높은 바이오산업에 대한 불신이 자칫 국내 증시 전체를 비관하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다만 "그동안 바이오산업 시가총액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면서 수급 면에서 피해를 본 산업이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가 급락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과정이 국내 증시의 가치평가 매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이슈가 터질 때마다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가 영향을 받았었다"며 "당시만 하더라도 연구개발(R&D) 비용 자산화 처리와 관련된 회계 감리 이슈가 잔존해 R&D 자산화 비중이 큰 회사는 상폐 위험성이 존재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지난 9월 19일 금융감독원이 R&D 자산화와 관련된 관리지침을 발표하면서 이 이슈는 완전히 해소됐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로 인한 거래정지가 제약바이오 섹터 전체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가 최악의 상황까지 갈 우려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편 삼성바이오는 이번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또한 삼성바이오는 증선위 결과 발표 직후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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