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이재만 기자] '박카스 신화'로 잘 알려진 동아제약이 검찰의 고강도 수사로 창사 85년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은 지주회사 동아쏘시오홀딩스 강정석 회장(53)에 대해 약사법 위반, 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수사 칼날을 윗선에 정조준 하고 있는 모양세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오는 7일 강정석 회장에 대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구속 여부는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르면 당일 결정된다.
검찰은 이날 오전 강 회장을 상대로 영장실질심사를 벌일 예정이었으나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연기됐다.
현재 강 회장의 변호는 법무법인 '광장'이 맡고 있다. 광장은 그동안 대기업 총수들의 변론을 주로 맡아온 국내 굴지의 대형 로펌이다.
강정석 회장은 2005년부터 최근까지 회사자금 700억원을 빼돌려 이중 55억원을 의약품 판매와 관련해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17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6월 27일 강 회장을 한 차례 소환 조사한 바 있다.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터져 나오자 핵심 계열사 동아에스티 실적은 치명타를 입었다. 전문의약품 계열사 동아에스티는 올해 상반기 매출 2656억원, 영업이익 8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11.3%, 56.3% 내려앉았다.
올 초부터 리베이트 수사가 부각되며 병의원을 중심으로 한 전문의약품 영업 활동이 위축된 게 주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영업 위축으로 인한 실적 부진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보수적인 투자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약가 인하 여파도 남아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중앙지검과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기소된 2건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 건을 병합해 142개 품목에 평균 3.6% 약가 인하 처분을 내렸다. 약가 인하로 복지부는 전년 대비 연간 104억원 달하는 약제비가 절감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는 약가가 인하되면 보험 수가가 낮게 적용돼 실적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10만원대를 유지하던 동아에스티 주가는 올해 들어 8만원대로 떨어졌다. 이날 현재 기준 동아에스티 주가는 8만1900원으로 전일 대비 1.44% 빠졌다.
강정석 회장은 창업주 故강중회 회장의 손자이자 강신호 현 동아쏘시오 명예회장(90)의 4남이다. 올해 초 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빠르게 조직 개혁을 단행하며 창립 이래 가장 젊은 4050대 사장단을 주축으로 경영 혁신 의지를 드러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1년여만에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망되면서 회사의 유일한 동력인 신약개발투자 구심점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가는 신약개발 프로젝트를 전문경영인이 밀어붙일 수 있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영 공백의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몇 년 전 경영일선서 물러났지만 '박카스 신화의 장본인'으로 아직 회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창업주 2세 강신호 명예회장이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역할 분담이 세밀하게 구축돼 있는 전문경영인 체제도 뒷받침 하고 있다. 동아쏘시오는 지난 2013년 지주회사로 전환하며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핵심인 의약품 사업은 다시 동아제약(일반의약품)과 동아에스티(전문의약품)으로 분리해 전문성을 제고시켰다.
현재 동아에스티는 민장성(49) 사장이 동아제약은 최호진(51) 사장이 이끌어 나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제약업계 잔뼈가 굵은 신진 베테랑으로 평가받는다. 민 사장은 이번 상반기 실적 부진에도 신약 R&D 투자를 늘리며 본업에 충실하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올 2분기 R&D비용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5% 증가한 214억원을 투자했다. 이는 매출액 대비 16.1%에 해당한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