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IN] 'K-리그 전설' 이동국, 대표팀은 맞지 않나?

장병문 / 기사승인 : 2011-12-07 13:56:23
  • -
  • +
  • 인쇄
이동국에게 대표팀이란, 영광보다 시련이 많았다!

22.jpg

[데일리매거진=장병문 기자] 축구에서 공격수는 찬사와 비난이 공존하는 자리다. 특히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라면 그 짐의 무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전북 현대를 K-리그 챔피언으로 이끈 이동국에게 대표팀은 자신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 준 동시에 시련을 가져다준 자리였다. 아픔의 정도가 컸는지 이동국은 대표팀을 향한 욕심이 크지 않는 듯 했다.

이동국은 지난 6일 2011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수상 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대표팀에 대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대표팀 꿈은 은퇴하기 전까지 가져야 한다고 했었고 지금도 그렇다. 팀에서 잘 하고 좋은 상황이 되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면서도 "굳이 안 맞는 스타일에 들어가서 주위에 실망을 드리는 것이 싫기 때문에 당분간은 팀에 집중하겠다"며 대표팀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동국이 말한대로 최근 그는 대표팀과 맞지 않았다. 1998년 당시, 19세의 어린 나이에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월드컵대표팀 최연소 멤버로 프랑스월드컵 본선무대를 밟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이후 1999년 아시아청소년 선수권 대회(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과 아시안컵(득점왕) 등에 잇달아 부름을 받으며 차세대 국가대표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활약하면서 잦은 대표팀의 부름으로 슬럼프가 찾아왔다. 그 시기는 매우 길었다. 이동국은 2002 한일월드컵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대표팀과 인연이 멀어지기 시작했다.

2007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 입단한 이동국은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동국은 리그 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FA컵과 칼링컵에서 각각 한 골씩 만을 넣는데 만족해야 했다. 결국 '골 못 넣는 공격수'라는 오명을 얻고 2008년 성남으로 이적했다. 국내 무대에서도 적응하지 못한 이동국은 성남에서 방출돼 전북에서 새 둥지를 틀었다. 이동국은 2009년 전북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당시 득점왕에 오르며 소속팀을 정규시즌-챔피언전 통합 우승으로 이끌어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2009시즌 K-리그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으나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조연에 그치고 말았다. 당시 허정무 감독은 이동국과 안정환 등 노련한 선수들을 대표팀에 승선시켰으나 중용하지 않았다. 이동국은 후배들의 활약을 응원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팀에서 자신을 중요하지 않은 것에 대해 시위라도 하는 듯 올해 이동국은 무려 16골 15도움을 기록하면서 리그 최고의 공격수가 됐다. 특히 15도움은 역대 최다 기록이며 더이상 이동국이 받아 먹는 스트라이커가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올해 최고의 활약으로 이동국은 지난 11일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의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전 대표팀에 발탁됐다. 당시 조커로 들어간 이동국은 10분 정도 뛰었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앞선 폴란드와의 친선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해 45분을 뛰었지만 소득없이 교체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이동국의 출전 시간에 비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이동국은 '모든 걸 잊겠다'며 대표팀 은퇴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광래 대표팀 감독이 세대교체를 준비하고 있어 이동국의 자리가 비좁았던 것이 사실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말 못할 아픔을 겪은 이동국은 이를 극복하고 K-리그 최고로 거듭났다. 대표팀에서 아쉬움이 크더라도 소속팀을 챔피언에 등극시켰고 자신은 K-리그 새기록을 쓸 레전드가 됐음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동국은 현재 K-리그 통산 115골로 역대 최다골을 기록한 우성용(116골) 코치의 기록에 단 한 골로 좁혔다. 내년 시즌부터 이동국의 골은 K-리그의 역사가 될 것이다.

이동국은 내년 시즌에도 팀의 우승을 위해 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하지만 대표팀에 관심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조광래호 역시 이동국 카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박주영과 지동원이 대표팀 스트라이커지만 소속팀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면서 경기력에 의문부호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노련한 이동국이 필요한 순간이다.

이동국이 다시 한 번 대표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이동국이 소속팀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감과 동시에 대표팀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데일리매거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주요기사

+

칼럼

+

스포츠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