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최은배 판사의 한미FTA 비판은 정당하다!

박대웅 / 기사승인 : 2011-11-29 08:4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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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즉각 철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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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우리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법관윤리강령은 공무원에게 정치적 중립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인천지법 최은배 부장판사(45.사법연수원 22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대한 비판적 견해 표출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 판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FTA 비준안 강행처리 직후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과 통상관료들이 서민과 나라살림을 팔아먹은 2011년 11월22일을 잊지 않겠다"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최 판사를 '반미주의자'로 몰아세웠고, 색깔론적 사상검증까지 펼쳤다. 여기에 보수 언론들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격노했다'는 보도를 연일 쏟아내며 최 판사가 정치적 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몰아세웠다. 또한 대법원은 공직자윤리위원회를 열고 최 판사 글의 적정성 여부를 심의한다.

이같은 처사가 과연 적절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헌법은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보장되어야 한다"고 7조 2항을 통해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국가권력이나 집권세력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또한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 65조 역시 특정정당을 위한 투표행위 권유 등 '당직자'로서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로 있을 뿐 개인의 의사표현까지 제한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최 판사에 대한 비판은 '중립의무'에 대한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은 최 판사의 글 중 "뼈속까지 친미" 등의 표현을 문제삼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미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주한 미국대사에게 자랑삼아 한 발언을 차용한 수준에 불과하다. '대통령의 형은 괜찮고 판사는 안 된다'는 식의 논리는 어디서 온 것인지 묻고 싶다.

최 판사 논쟁에서 또하나의 핵심은 최 판사가 FTA를 성토한 장소가 '페이스북'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사적영역인지, 아니면 공적영역인지 논란이 뜨겁다. SNS가 우리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SNS를 통제할 어떤 기준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또 공적영역에 해당하는 언론사들이 이미 SNS의 내용을 선별해 기사화 내지는 의제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관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견해를 사상검증하듯 확대해석하고,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것은 '꼼수'를 의심케하는 획일적인 잣대다.

최 판사를 둘러싼 일련의 논쟁을 지켜보면서 정작 이글이 작성된 근본 취지에 주목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최 판사는 "공무원은 공직자인 동시에 시민이며 공동체의 가치와 지향을 위해 토론하고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민주주의가 작동하게끔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법관 역시 시민이기에 이런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관이 '정치적 중립의무'에 매몰돼 법전만 들춘다면 이는 지나치게 기계적인 법리 해석만을 낳을 뿐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미 FTA를 찬성하는 모든 견해 역시 존중받아야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이나, 친미니 반미니하는 사상검증, SNS의 사적 혹은 공적 영역에 대한 해석 등 최 판사를 둘러싼 숱한 논란은 인간으로서 가지는 최소한의 표현의 자유를 뛰어 넘을 수 없다. 때문에 최은배 부장판사의 한미 FTA 비판은 정당하다. 혹자는 공인으로서 최 판사의 언행이 경솔했다고 비판하지만 바꿔말하면 사회적 파급력을 가진 공인이기에 사회적 쟁점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한 인간이자 흔히 사회지도층으로 불리는 이들의 책무인 것이다.

국민적 신뢰를 잃은 검찰, 여당 의원조차 '정치를 모르는 정치검찰'이라고 힐난하는 상황에서 개인으로서, 법관으로서 자신의 의견을 밝힌 최은배 판사의 비판을 지지한다. 대법원은 최 판사의 윤리위 회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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