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태권도 세계화, 옹박 감독이 가속한다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10-25 12: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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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액션 영화 '옹박'(2004)의 프라챠 핀카엡(50) 감독이 연출한 한·태 합작영화 '더 킥'이 출격 채비를 마쳤다.

'더 킥'은 '옹박'의 리얼액션은 그대로 살리되 중심무술로 태국의 무에타이가 아닌 한국의 태권도, 장르는 심각하고 잔인할 정도의 '하드액션'이 아닌 온 가족이 웃으면서 편히 볼 수 있는 '코믹액션'을 택했다.

태국 방콕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문 사범'(조재현)과 그의 아내인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출신 한식 셰프 '윤'(예지원), 두 사람 슬하의 태권 3남매 '태양' '태미' '태풍' 등 일가족이 태국의 국보인 왕조의 단검을 강탈하려는 악당들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문 사범의 태국인 친구 '멈'(멈)과 그의 조카인 무에타이 고수 '와와'(지자 야닌) 등이 이들 가족을 돕는다.

줄거리는 전형적인 선악 구도로 이뤄져 쉽고 단순하다. 스토리보다는 보는 이의 막힌 가슴을 뻥 뚫어줄 정도로 시원한 액션에 중점을 두고 지켜보는 것이 옳은 영화다.

장르는 코믹액션이지만 리얼액션의 기대를 만족시켰다.

'태양' 나태주(21)는 악한 10명과 겨뤄 눈깜짝할 사이에 이들을 모두 쓰러 뜨리는 540도 돌려차기, 태미(21·김경숙)는 날아오르며 180도 하이킥 등 눈부신 발차기로 관객들을 흥분시킨다. 태권도 품새부문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세계대회에서 메달을 휩쓸고, 태권도 홍보단 'K-타이거즈' 멤버로 각국을 누비며 태권도의 위용을 과시해 온 두 사람답다.

태국 태권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핀카엡 감독의 액션 '초컬릿'(2008)으로 국내 액션영화 팬들 사이에도 인기 높은 지자 야닌(27)은 무에타이 실력을 뽐내며 태권도 일변도일 때 우려될 수 있는 단조로움을 감쌌다.

관록의 조재현(46)은 젊은 시절 연마한 태권도 실력을 되살려 이들 액션배우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액션 연기를 펼쳤고, 예지원(38)은 전공인 무용을 바탕으로 태권도를 배워 1단을 딸 정도로 피땀 흘려 노력한 성과를 유감 없이 과시했다. 특히, 주방에서 악당에 맞서 온갖 조리도구를 활용해 벌인 액션은 '난타' 공연을 방불케 하며 관객들을 웃긴다.

악역 이관훈(31)도 고교 때까지 단련한 태권도 3단의 실력과 특전사 시절 익힌 특공무술까지 총 5단의 무예 실력으로 이들과의 대결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액션 뿐 아니다. 방콕의 고층빌딩군, 도심 지하철은 물론, 코끼리 악어 원숭이 등 동물들과 동물원, 밀림, 초대형 폭포까지 첨단부터 천연에 이르는 태국의 온갖 매력들을 스크린에 옮겨놓아 이를 살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핀카엡 감독은 "영화를 계기로 한국과 교류하게 돼 기쁘다. 단순히 영화를 제작한 것이 아니라 두 나라간 문화를 교류했다고 생각한다"며 "배우들의 열정에 감사하고, 감동했다. 서로 각기 맡은 기술이 다른데 다들 열심히 하려는 마음은 하나였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마셜 아츠와 태권도는 각각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다고 본다. 그것을 살리기 위해 배경을 많이 활용했고 위험한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음향 등을 통해 긴장감을 최대한 부각시켰다"고 설명했다.

핀카엡 감독은 "태권도는 한국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서 세계 사람들이 태권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으면 좋겠다"면서 "앞으로 태권도를 소재로 하는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면 좀 더 화려하고 다양한 요소를 첨가해 태권도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조재현은 "감독이 과거 연출한 '옹박'을 보고 영화를 어떻게 찍을까, 내가 참여한다면 어떻게 할까 호기심이 일었다"며 "호기심 반, 걱정 반으로 영화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대역 없이 모든 액션을 해낸 자부심도 드러냈다. "영화 촬영에 들어갔을 때 대역을 좀 썼으면 했다. 그런데 내가 하는 걸 보고 감독이 대역 없이 가자고 하더라. 대역 없이 찍었지만 쉽고 재미있었다."

이 영화를 통해 첫 액션 연기를 펼친 예지원은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액션 배우로 거듭났다. 감독이 액션 연기에 자신이 없다든지 현장에서 어려울 것 같으면 먼저 말하라고 했지만 마지막에 리얼 액션을 좋아한다고 하기에 최선을 다했다. 대역 없이 열심히 했다. 나도 생각보다 빨리 액션 연기가 늘었다." 특히 "우리 영화는 인간 새들의 향연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날아다녔다"는 말로 배우들의 열연을 함축했다.

'더 킥'을 통해 롤모델 청룽(57)과 같은 코믹 액션배우로 첫 발을 내딛게 된 나태주는 "첫 촬영부터 세 손가락이 탈골됐다. 액션영화이기 때문에 분명히 부상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첫 촬영 때부터 부상이 있어서 조금 그랬다"고 담담히 말했다.

뚝심의 나태주에게도 아찔했던 순간은 있었다. 코끼리 액션신이다. 영화 말미 나태주는 코끼리 두 마리의 등을 옮겨 다니며 악당과 결투를 벌인다.

"코끼리가 뒷발을 젖히면 그 순간 코끼리 발을 딛고 점프를 해서 등에 올라타는 신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긴장했던 코끼리가 갑자기 흥분해서 바로 뒤편에 있던 정글로 뛰어갔다. 코끼리 등에는 훈련사와 둘 뿐이었는데 훈련사는 나를 두고 도망갔다. 결국 혼자 코끼리 위에 남게 됐고, 운동 신경을 발휘해 간신히 탈출했다."

이 영화는 마셜 아츠의 거장 핀카엡 감독의 첫 번째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 세계적인 격기 스포츠인 태권도를 소재로 했다는 점 등으로 지난 5월 제64회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 3분분량의 영상 클립만 공개하고도 프랑스, 인도네시아, 홍콩, 독일, 터키, 인도, 대만 등 36개국에 선판매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리얼 액션은 고스란히 살아 있지만 살이 찢어지고, 피가 튀기는 '옹박' 특유의 자극적인 액션신은 거의 없다. 그 덕에 12세 관람가를 받았으나 내심 '태권도판 옹박'을 기대한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쇼박스가 배급하며 11월3일 개봉한다.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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