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2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시장 야권통합 후보 선출과정에서 민주당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두며 '책임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단 하루만에 대표직 사퇴는 번복됐다.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거듭된 요구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손 대표의 대표직 사퇴번복을 두고 당내에선 '본격적인 대권 행보다' '야권 통합과 당 혁신을 꾀하려 한다'는 긍정론과 함께 '경선 결과 불복이다' '개인의 이미지만을 생각한 무책임한 정치쇼다' 등의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대체로 손 대표가 사퇴를 철회한 것을 두고 바람직한 결정이었다는게 중론이다. 하지만 재보선 승리보다 자신의 이미지를 먼저 생각했다는 비판론도 나오고 있다. 당초 손 대표는 당내 경선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비주류측 정동영 최고위원, 천정배 전 최고위원 등과 마찰을 빚으며 외부인사 영입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이같은 불협화음은 당내 경선에서 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변호사의 지지율을 따라잡을 물리적인 시간 부족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패인의 한요인이라는 볼멘 소리가 새어나왔다.
경선 후 손 대표에대한 책임론이 불거 질 것은 뻔했다. 손 대표가 먼저 '사퇴 카드'를 뽑아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20여일 앞둔 시점에서 손 대표 없이 재·보선에 임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역설적으로 손 대표의 당내 무게감을 부각시켰다. 또 민주당 지도부가 모두 손 대표의 사퇴를 만류했다는 점에서 박원순 후보에 대한 지원 유세에 부담감없이 나설 수 있게 된 점도 손 대표가 얻은 수확이다. 하지만 이는 '너 없으면 안돼'보다 '너 마저 없으면...'이라는 절박함에 기인한 것이다.
때문에 굳이 손익계산을 따지자면 손 대표에게 손해가 더 크다. 손 대표는 고작 2개월여 남은 대표직 사퇴번복으로 정치적 이미치에 치명타를 입었다. 한마디로 이리갔다 저리갔다하는 '갈지(之)자' 정치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이다. 이는 지난 분당 재보선을 통해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불식시켰다는 평가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려 놓는 최악의 자충수다. 특히 대선행보에서 손 대표의 발목을 잡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한 이번 사퇴과정에서 손 대표는 사의 의사를 당 지도부와 충분한 상의없이 독단적이며 일방적 통보 형식으로 일을 처리했다. 이는 그의 설명과 달리 무책임한 처사다. 특히 재보선 승리를 위한 당 조직의 전환과 전당대회, 야권 대통합 추진 등 현안들이 산적한 가운데서 '자신만 책임지는 정치인'인 것처럼 보이려는 식의 그의 돌발행동은 제1야당의 대표다운 모습이 아니다.
손학규 대표의 사퇴번복이 '정치쇼'라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그렇다고 손 대표의 행보가 책임있는 정치인의 모습처럼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책임지는 정치'는 모든 국민들이 바라 맞이하는 이상형이다. 하지만 혼자 책임지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고자 '자해'하는 모습은 대권을 노리는 제1야당의 대표다운 모습은 아니다. 손 대표는 야권통합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에 발맞춰 혼자가 아닌 모두가 이루는 '책임정치'를 구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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