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박대웅 기자] 이명박 정부가 비틀거리고 있다. 정권 출범 때부터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부산저축은행 비리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소환통보를 받더니, '정전대란'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정전대란은 규모와 후진성도 그렇지만 종국적으로는 국정시스템의 마비라는 진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파장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 이 대통령이 뒤늦게 호통을 쳤지만 물은 엎질러졌고,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 대통령의 표현대로 '부끄럽고, 미안하고, 죄송한 것'이 되풀이되는 현상이 바로 레임덕 증후군이라 할 만하다.
한전 창립 50년 만에 처음이라는 정전대란은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노출했다. 기본적 원인은 전력수요 예측의 실패라고 하지만 대처 과정에서 '비상대응 매뉴얼'마저 지켜지지 않았다. 정전 시간만 미리 알려줬더라도 시민들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탄이 공허하다.
전력수급 안정의 최종 책임자인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사태가 발생한 뒤 몇 시간이 지나서야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총체적인 부실·무능이고, 안이한 대응의 결정판이다. 그래놓고도 장관이라는 사람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등 떠밀리듯 사퇴의 변을 흘리는 판이니, 이를 정부 조직이라 해야 할지 민망하다.
작금의 사태는 이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나 다름없다. 민주당이 17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상임이사진 7명 중 5명이 현대와 한나라당, 대구·경북(TK) 출신으로 드러났다. 또 전력거래소 및 자회사의 기관장·감사 22명 중 17명이, 한전과 11개 자회사 감사 12명 전원이 현대나 대통령직 인수위, 한나라당 출신의 낙하산이었다.
지난 5월에는 공기업 상임감사의 경우 83%가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라는 통계가 나온 바 있다. 정권의 임기가 1년 반도 안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막차라도 타려는 인사들이 더 넘칠 터이니 그 폐해가 심화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줄곧 대통령의 지근거리를 오간 김 수석의 불미스러운 하차는 막판 정권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이 대통령은 '내 사전에 레임덕은 없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현실에서 계속되는 회전문 인사와 끊임없이 터지는 후진적 사고로 국민은 신뢰를 거두고 있다. 신뢰 상실은 곧 레임덕을 키우는 토양이다. 집권 말기에 이를수록 표를 의식하는 여당과 성과에 집착하게 되는 청와대의 조급증은 심각한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조건이 된다.
이 대통령은 자신만은 레임덕이 예외일 것이라는 헛된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국정 전반에서 순리와 상식을 회복하고 집착과 강박증을 버리는 게 레임덕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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