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공유, 변신 아니다 성장하고 있을뿐

뉴시스 제공 / 기사승인 : 2011-09-14 13: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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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 변신이라는 말 앞에서 우왕좌왕해요. 영화 '도가니'에서 제 연기를 변신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또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중요한 건 변신을 일부러 의도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MBC TV '어느 멋진 날'(2006)과 '커피 프린스 1호점'(2007) 등에서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기며 '스위트 가이'로 통해온 탤런트 공유(32)가 2009년 전역 이후 '변신' 대신 '성장'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7년 우리나이 스물아홉에 입대, 서른을 넘겨 사회로 돌아온 공유는 더 이상 달콤한 모습이 아닌 찌질한 순정남(영화 '김종욱 찾기')이거나 진중하지만 현실에 순응하는 무기력한 남자(영화 '도가니') 상을 드러낸다. 좀 더 현실에 밀착한 캐릭터의 옷을 입고 대중 앞에 서고 있다.

"30대가 되니 변신이라는 것에 얽매이거나 전략적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을 피하게 됐다"면서 "내가 가진 부분들에 대해 더 확고해지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대 때는 변신을 위해 영악하게 고민하기도 했는데 내가 하고자 한다고 결국 그렇게 되는 게 아니더라"는 것이다.

"자유롭게 내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놔두는 것이 훨씬 보기 좋더라고요. 스스로도 연기가 재미있고요. 힘들게 저를 끌고 가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더라고요. 하하하."

이런 부분을 느껴가는 과정에서 22일 개봉하는 '도가니'에 출연한 것은 의미가 크다. 2005년 광주광역시 무진에서 발생한 청각장애학교 성폭행사건 실화를 소설로 옮긴 공지영(48)씨의 동명작품이 원작이다. 권력자들에게 성폭행당한 장애아들은 법정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허망한 싸움을 끝낸다. 공유는 군대 말년인 병장 시절에 소설을 읽고 운명처럼 빠져들어 결국 영화에까지 출연하게 됐다.

"'터닝포인트가 됐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같은 말은 하고 싶지 않다"며 "그때 그때 감정에 충실하고자 한 작품이다. 시간이 지나도 남다른 면이 있을 것 같다. 생각하면 할수록 짠한 영화라고 할까"라며 미소지었다.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청각장애학교에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 '강인호'의 무기력에 깊이 공감하고 연민을 느꼈다. 인호가 장애 아이들을 지켜주고자 백방으로 뛸 때마다 벽에 부딪히는 무기력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실제로 공유는 '재발견'이라 할 만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강인호의 무력한 눈빛을 아이러니하게도 잘 살려냈다.이런 점은 돈과 권력에 밀려 허무하게 본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강인호의 상황을 안타깝지만 이해하게끔 만들었다.

영화에서처럼 이 학생들을 성폭행한 교장과 교사들은 현실에서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정상적으로 출근하는 교사도 있다. 반면 진실을 위해 싸운 교사들은 직위 해제됐다. "'도가니'에서 일어난 일들이 현실에서 비일비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런 점들을 사람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덤볐어요. 마치 민주투사처럼 비치는 등 배우에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도 있었는데 이것저것 따지고 싶지 않았어요. '이것이 옳다'라는 생각보다는 제 가슴이 움직였기 때문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거죠. 그냥 관객들이 영화를 본 뒤 함께 느끼는 게 있으면 하는 마음이 커요."

강인호가 과거 서울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시절 품게 되는 여학생에 대한 트라우마 등을 덜어낸 부분은 안타깝다. 무기력하게 서울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인호의 심정을 더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공유 역시 아쉽게 여기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런 부분이 들어갔으면 강인호가 더 남루해졌을 것 같다"며 웃었다. "연출의 몫이죠. 배우로서 지켜야 할 룰이 있는 것이고…. 배우는 선택을 받는 사람이라기보다 선택 받고자 하는 사람이에요. 내가 바랐던 캐릭터에 선택을 받은 만큼 주어진 몫 안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2001년 KBS 2TV '학교4'로 연예계에 첫 발을 들인 이래 어느덧 데뷔 10년을 맞았다. "지금까지 내 자신을 스스로 칭찬한 적이 없는데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머리를 긁적인다. "연기를 알 것 같으면서도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면서 "10년간 마음을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버텨준 내게 감사한다"며 수줍어했다. "지금까지의 10년을 앞으로 10년의 반석으로 삼고 싶어요."

평소 노래 좀 한다는 소리를 듣는 공유는 그간 유명 라이선스를 비롯, 여러 뮤지컬에서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프로 뮤지컬배우들처럼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다"며 "작품에 폐가 될까 모두 거절했다"고 알렸다. "뮤지컬이 분명 매력적인 장르인데 아직까지는 실례인 것 같아요. 나중에라도 만약에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게 되면 그때 출연하고 싶어요."

공유의 꿈은 "멋스럽게 늙는 것"이다. "낡은 기타가 좋은 소리를 내듯"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어도 순수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마음이다. "나이가 들어도 탁해지고 싶지는 않아요.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죠. 항상 초심을 가지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나아가고 싶어요."

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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