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매거진=배정전 기자] 곽노현 서울시교육감(57·사진)이 5일 오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검찰이 공개수사에 착수한 지 열흘 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였던 이모씨를 4일 불러 조사하는 것으로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매듭지었다.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는 상당 부분 드러났다. 곽 교육감은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53·구속) 측에 2억원을 건넨 사실을 시인했다. 곽 교육감 측 인사들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실무자 선에서 모종의 합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곽 교육감은 이 합의를 선거 후 넉 달이 지나고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사건의 핵심인 2억원의 대가성 여부를 놓고는 검찰과 곽 교육감 측이 한 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곽 교육감을 상대로 2억원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4일 “남은 것은 1%의 진실 싸움”이라고 말했다.
2억원의 대가성과 관련해 먼저 쟁점이 되는 것은 곽 교육감 측과 박 교수 측 사이에 어떠한 합의가 있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서울시교육감 선거 직전인 지난해 5월19일 곽 교육감 측 회계책임자 이씨와 박 교수 측 협상대리인 양모씨가 만나 일종의 밀약을 맺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선거가 끝난 뒤 곽 교육감 측이 선거비용 보전 명목으로 7억원과 특정 직책을 박 교수 측에 건네기로 구두 합의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씨와 양씨가 5월19일 구두로 합의한 뒤 곽 교육감 측 선거대책본부장이던 최모 서울대 교수에게 합의 내용을 ‘보증’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곽 교육감 측도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합의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이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돕겠다는 약속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양측 합의내용이 문서로 정리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양측 합의를 곽 교육감이 언제 알게 됐는지도 쟁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참석한 자리에서 선거비용 보전 문제로 단일화 협상이 깨졌는데, 이후 실무자들이 협상을 벌여 단일화에 합의했다”며 “단일화의 최대 걸림돌이던 선거비용 보전 문제를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곽 교육감이 물어보지 않았다면 이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곽 교육감 측 주장은 다르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10월 뒤늦게 합의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이씨는 “곽 교육감에게 합의 사실을 곧바로 보고하지 않았다”며 “(곽 교육감이 뒤늦게 합의 사실을 알고) 거의 기겁을 했다. 굉장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고 밝혔다.
이면합의 내용과 곽 교육감이 이를 처음부터 알았는지 여부는 올해 2~4월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의 대가성과 연결된다. 검찰은 2억원을 박 교수가 후보 사퇴 후 곽 교육감으로 단일화하기로 합의한 대가로 본다. 반면 곽 교육감은 후보 사퇴와 무관하게 선의로 건넨 돈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곽 교육감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를 넘긴 시점에 2억원을 건넨 것도 쟁점이다. 만약에 이면합의가 있었다 해도 공소시효(6개월)가 만료된 지난해 12월2일 이후에는 합의한 것 자체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곽 교육감이 돈을 건네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곽 교육감은 박 교수에게 2억원을 건넴으로써 법적 논란의 빌미를 만든 측면이 있다. 선거법 후보매수죄의 공소시효는 돈을 준 시점부터 6개월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 교수가 이면합의를 폭로할 경우 뒤따를 수 있는 도덕적 타격을 우려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반면 곽 교육감 측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데도 2억원을 건넨 점은 오히려 단일화 대가와 무관하게 선의로 제공한 것임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검찰은 5일 곽 교육감을 조사한 뒤 추가 소환 여부 및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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